글로벌 헤지펀드의 변신…ESG 전문가 절반 여성 채용
헤드헌터 크로노그룹 지난 2년 간 세계 헤지펀드 채용현황 분석 헤지펀드의 전체 인력 중 여성 비율은 30%선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중
[ESG경제=이진원 기자] 지난해 말까지 2년 동안 전 세계 헤지펀드들이 고용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 중 절반 가까운 49.6%가 여성인 것으로 헤드헌팅 회사인 크로노그룹(Kronor Group)의 조사 결과 확인됐다.
비록 ESG 분야에만 국한된 사실이긴 하나, 과거 오랫동안 남성이 독차지했던 대표적인 금융분야인 헤지펀드 분야에서 여성 진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건 기업들이 ESG 경영을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청신호로 풀이된다.
그동안 전 세계적인 ESG 경영 열풍에도 불구하고 특히 금융업계에서 여성 임원이나 전문가 채용이 지지부진했다. 이로 인해 금융업계에선 ESG의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다양성 확보’가 뒷전이라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었다.
또한 월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여성들은 대부분 세일즈, 마케팅, 경영업무 등을 담당했고, 리서치 분석이나 포트폴리오 운용 등 고임금 일자리는 전적으로 남성들에게 돌아갔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 전체 헤지펀드 채용 인원 중 여성의 비율 28.6%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 기업들이 다양성 확대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12일(현지시간) 크로노그룹이 1000곳 넘는 전 세계 헤지펀드들의 채용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2022년 헤지펀드 ESG 채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헤지펀드들은 전체 채용 인원의 3.5%를 ESG 전문가들로 뽑았다.
이 ESG 투자 전문가들의 성비를 지역별로 분석해본 결과 여성 비율이 영국과 캐나다에선 45.6%, 유럽과 영국에선 42.2%, 그리고 아시아에선 66.7%였다.
여성 임원 비율은 남성보다 턱없이 낮아
하지만 헤지펀드 투자부문 여성 임원 비율은 남성 임원 비율보다 훨씬 더 낮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여성 임원 비율이 17.3%였고, 유럽과 영국에서는 16.4%, 아시아에선 그나마 좀 높아 26.2%였다.
유럽과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전문가들 포함 ESG 분야 전체 여성 채용 비율이 계속해서 남성 채용 비율보다 높은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선 전체 ESG 헤지펀드 채용 인력의 50.3%가 여성이었고,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헤지펀드의 ESG 일자리 중 66.7%가 여성에게 돌아갔다. 다만, 유럽과 영국의 경우 ESG 일자리 중 44.8%만이 여성의 몫이었다.
전 세계 ESG 헤지펀드 채용 실태 분석은 크로노그룹 산하 인사이동 분석 전문 플랫폼인 HF옵저버(HFObserver)가 실시했다.
여성 운용역 수익률 남성에 못지않아
헤지펀드들은 ESG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여성 채용을 늘리고 있는 상태다.
다른 무엇보다 수익률을 중시하는 헤지펀드들 입장에서는 여성의 운용 능력이 남성에 못지 않거나 오히려 더 뛰어나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어 여성 운용 전문가 채용을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사실은 몇몇 조사를 통해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일례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충격에 시장이 저점으로 떨어졌던 2020년 3월부터 8월 사이에 여성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의 48%는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지만, 남성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중에서는 불과 37%만이 시장 수익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헤지펀드 리서치 회사인 HFR이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서도 닷컴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사이인 2000년 1월부터 2009년 5월 사이에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높은 펀드 운용 수익률을 달성했다.
여성이 더 객관적이고 위험 대비성 높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다른 전문가들의 시각을 더 폭넓게 받아들여 더 객관적으로 결정하고, 또 결정도 시간을 많이 투자해 꼼꼼하게 하는 경향이 강해 남성에 비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여성이 위험 관리에도 더 능하다는 것도 여성의 우수한 운용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조사에 대해 여성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의 표본 크기가 작았다는 등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투자컨설팅회사인 프리퀸(Prequin)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조사를 보면, 2020년 말 현재 헤지펀드 직원들 중 여성 비율은 20.3%에 불과했지만, 이 비율은 2019년 2월 조사 때의 19.3%와 2017년 10월 조사 때의 18.6%보다 높았다. 즉,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