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ESG경영 표방하고도 해외 석탄발전 확대...투자자 잇단 이탈

호주·인도네시아 광산서 잇딴 고배… 글로벌 연기금 투자금 회수 좌초자산에 전체 투자액 61%에 달해… 신용평가 및 ESG지수는 상위권 발전업계 우려 불구 석탄화력발전사업서 2050년께나 사업철수

2021-02-25     조윤성 선임에디터
한국전력의 국내 한 화력발전소.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한국전력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하면서도 석탄발전 투자에 계속 열을 올려 ESG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탈석탄과 관련 향후 30년 후인 2050년께나 석탄발전이 중단된다.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 사업은 글로벌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ESG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잇따라 투자를 철회하면서 암초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일부 ESG평가 기관들은 한국전력의 ESG등급을 A(우수)로 제시해, 평가의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 해외 석탄화력 발전 사업 계속 강행

호주 광산에서 6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한국전력은 발전업계 안팎에서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사업으로 투자를 강행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실패한 호주 광산개발 사업 투자로 5135억원을 손실을 떠안았다. 2010년 4억 호주달러(약 3000억원)에 해당 광산을 인수한 후 개발에 7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호주 정부의 환경 피해 우려 제기로 개발이 막혔다.

같은 해에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업체 PT바얀 지분 취득을 단행한 한전은 전체 투자금 6159억원에 달하지만 2019년도 말 기준 170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이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 또다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를 강행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지역에 2000MW급 발전소를 짓는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가 약4조 25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한전은 지분투자로 약 613억원을 투자하고,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 등 한국 공공금융기관이 약 1조7000억원 대출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석탄발전은 제재 대상이다. 유럽연합(EU)은 2023년에 수입품에 대한 탄소세 부과를 예고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탄소세를 부과를 권고했다. 앞으로 수입품에 대해 탄소세가 붙는다면 석탄에너지 발전 비용은 올라갈 것이다. 

반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빨라져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면 태양광·풍력 에너지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이에 석탄발전소를 가동하는 비용이 친환경에너지 발전 비용보다 높아지면 기존 기존 석탄 발전소 등은 부채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국제적 규제움직임에도 역행하는 석탄화력발전사업을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강행하고 있어 발전업계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30년 동안 석탄사업 지속

한국전력은 지난해 10월 에너지 전환 시대 도래에 따른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향후 해외사업 추진시 신재생에너지, 가스복합 등 저탄소·친환경 해외사업 개발에 집중한다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50년 이후에는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 가운데 인도네시아 자바 9·10, 베트남 붕앙2 사업은 상대국 정부와 사업 파트너들과의 관계, 국내기업 동반 진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아직 내부 검토 단계인 필리핀 팡가시난 사업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 추진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타바메시 사업은 중단까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전력의 석탄화력 발전사업 운영에 대해 야당은 물론 정부 야당에서도 석탄발전 해외수출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표명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이 강조하는 ‘탈석탄’ 흐름 속에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한전은 사업을 계속 추진해 왔다.

한전 측은 “2050년 이후 한전이 운영하는 해외 석탄발전 사업은 모두 종료될 것”이라며 “이미 운영 중인 해외 석탄발전 사업도 국제 환경 기준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석탄화력발전은 글로벌 투자기관에서 외면하고 있는 좌초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사진=픽사베이

APG 등 유럽계 투자기관, 한국전력 투자중단 결정

이러한 결정은 환경단체 뿐 아니라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은 석탄화력발전사업 투자 중단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국영펀드와 핀란드 교회연금기금 등 18개 국제 투자자들이 공동성명을 낸바 있다.

급기야 이로 인해 최근 한국전력의 석탄발전소 투자에 실망한 네덜란드 연기금 APG가 보유지분을 전량 시장에서 매각했다. 

APG(All Pensions Group)는 책임투자와 ESG 분야에 전문성이 높은 자산운용사다. 네덜란드 공무원 연금(ABP)을 비롯해 건설, 에너지 분야의 연기금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운용자산 규모는 한화 약 726조원(5380억 유로) 규모에 달한다.

APG는 한국전력에 대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투자 회수의사를 밝혀 왔다. 한국전력이 APG의 투자행태와는 다른 석탄발전소 건설을 지속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한국을 제외한 국외에 오는 2050년까지는 석탄발전소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평가한 한국전력의 ESG등급지수. 사진=한국기업지배구조원 캡처

신평사 신용등급은 최상위권에 대조적

한편 해외펀드들이 좌초자산인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한 한국전력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신용평가사들로부터는 우수한 신용등급을 획득해 대조를 이뤘다.

IEEFA(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에 따르면 한전의 경우 화석연료 투자비율이 61%에 달했으며 부채 비율은 51.4%인 것으로 나타났다. S&P, 무디스, 피치로부터 각각 AA·Aa2·AA-를 받아 상위 등급을 기록했다. 중국의 5대 국영 발전 기업 중 하나인 중국 후안넹(China Huaneng) 또한 화석연료 투자율이 72%, 부채 비율이 85.4%지만 A-·A2·A를 받았다.

한국전력 및 글로벌 주요 발전기업 신용등급. 사진=임팩트온 제공

여기에 더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평가에서 한국전력은 전체 등급은 A를 획득했다. 등급 항목 중 사회와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A등급을 받았지만 환경부문에서는 B+ 등급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평가는 한국전력의 해외에서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명분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석탄 발전을 고수하고 있는 한전의 신용등급이 높은 이유는 정부의 보증 때문”이라며 “그러나 ESG 투자자들이 잇따라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고 있어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