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사 할당제보다 중요한 'DE&I'
2022년 주총 이후 여성이사 비중 늘었지만 '갈 길' 멀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초점 맞춘 ESG경영 필요
[최효정 KB증권 ESG 애널리스트] 올해 많은 기업들이 여성 임원을 집중적으로 선임하고 있다. 2020년 2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이사 할당제가 도입되면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이사회는 단일 성별로 구성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주총회 결과 기준으로 총 72개 기업에서 78명의 여성 이사가 선임되었다.
국내 상장사 여성임원 비율 5.2% 불과
최근 많은 기업이 여성 이사를 선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평균에 비해 국내 기업 성별 다양성은 낮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국내 상장법인 (2,246개)의 전체 임원 3만 2,005명 중 여성 임원 비율은 5.2%에 불과하다.
2019년 기준 4.0%에 비해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전세계 평균인 19.7%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사회 참여나 직장 내 승진을 가로막는 장벽인 유리천장지수도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당국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이행보다는 여성임원 할당제 도입을 통해 특정 수준의 다양성을 달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여성임원 할당제, 기업가치에 좋지않은 영향도
그러나 여성 임원 할당제를 먼저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실증 조사한 결과, 오히려 해당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할당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이사로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따라서 단순히 여성 이사의 비율을 맞추는 것보다 기업의 DE&I에 초점을 둔 ESG 경영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비율을 단순히 늘리는 것을 넘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뜻하는 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중심으로 기업 문화를 개선하면 기업 재무적 성과가 좋아진다는 연구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다양성 (Diversity)은 다양한 사람들이 번영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 (Equity)와 다양한 가치관 및 시각을 수용하는 포용성 (Inclusion)이 갖춰진 문화에서 나타난다. 다른 성별 인종 및 다양한 배경의 조직원이 내놓는 시각들이 포용되면서 좋은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DE&I 투자 사례: 젠더 렌즈 투자
최근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ESG 펀드의 자금 유입은 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DE&I 관련 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22년 상반기 DE&I에 초점을 둔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5,200만 달러로 2021년 연간 유입 자금인 9,100만 달러에 가깝다.
아직 ESG 펀드 규모가 작지만, DE&I에 성과가 좋은 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성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성평등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젠더 렌즈 투자 (Gender Lens Investing)는 2021년 기준 120억 달러로 2019년 대비 250% 증가했다. 글로벌 DE&I 펀드 중 가장 대표적인 펀드는 2016년 출시된 SPDR SSGA Gender Diversity ETF (SHE US)와 피델리티 우먼 리더십 (FDWM US)이다. 국내에서는 메리츠자산운용의 '더우먼펀드'가 있다.
국내에서 DE&I 정책 확대가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는 금융 및 보험 업종은 현재 여성 임원 비율의 높은 성장률, 형평성과 포용적인 문화 확산, 재무 성과 측면에서 DE&I 개선 효과를 통한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섹터이다.
금융 및 보험업은 여성 근로자 비율이 52.5%로 높으며, 여타 섹터 대비 DE&I 확대 속도가 빠르다. 지난 5년간 금융 및 보험 섹터는 평균 임원 비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여성 임원 선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들 중심으로 남녀 임금 격차, 성비, 남녀 근속연수 등 포용성과 형평성 문화 확산 부분에서 우수한 성과 보이고 있다. 여성임원비율이 증가하면서 금융 섹터의 평균 영업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투자자본이익률, 주가 수익률 등의 재무성과 개선이 확인되고 있다.
여성 임원 비율 확대를 넘어 DE&I가 확산하면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이 뿌리를 내리며 내실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