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들, 기업에 플라스틱 쓰레기 축소 압박 - FT 보도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로웨이스트' 운동 활발하자 기업들도 동참 중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적 수준이나 재활용률도 높아 수출 및 중공업과 제조업 의존도 높아 제로웨이스트 운동 성과에 한계 있을 수도
[ESG경제=이진원 기자] 한국의 젊은 소비자와 환경 운동가 사이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기업들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최근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높지만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탄력을 받으면서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을 상세히 소개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정책을 도입하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2020년 정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2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농심과 롯데칠성 등의 대형 브랜드들은 생수병 재활용을 쉽게 할 수 있게 무라벨 생수를 출시하는 등 기업들도 제조 제품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됐다고 전했다.
FT는 또한 지난해 6월 ‘화장품어택시민행동’이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과 실질적 재활용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업체들이 2030년까지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국내 최대 커피 프렌차이즈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지난해 2025년까지 모든 매장 내 플라스틱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는 점 등에도 주목했다.
한국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컨설팅회사인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vian)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재활용률도 68%에 달하는 등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 서비스도 상당히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다.
생활 속 쓰레기 배출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운동’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사회운동’을 뜻한다.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종합 폐기물 관리위원회가 제로웨이스트 정책 목표를 설정하며 시작됐고, 10년 뒤 뉴욕타임스가 비 존슨(Bea Johnson)의 블로그 ‘제로웨이스트 홈’을 보도하면서 시민들의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는 2018년 ‘쓰레기 대란’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이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5월 대한상공회의소 국내 소비자 509명을 대상으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면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구매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소비자의 72.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니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9.0%에 그쳤고 18.1%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동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윤리적 소비를 했다는 소비자는 전체 응답자 가운데 59.6%로 나타났으며, 소비품목을 살펴보면 음식료품(45.4%), 생활용품(43.0%)이라는 답변이 많았고 이어 재활용품(22.8%), 가전제품‘(20.2%)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경제구조상 제로웨이스트 운동 한계도
FT는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온라인 쇼핑이 활기를 띠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 그리고 소매 분야에서 일부 진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탄소집약적인 중공업과 제조업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런 친환경 운동의 진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또 “환경운동가들은 ’한국은 여전히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 달성 목표를 성취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으며, 플라스틱 사용 축소 캠페인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기후변화를 막는 싸움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너무 적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 밖에도 환경운동가들은 친(親)기업적 경제정책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 환경 관련 규제를 풀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