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기회 맞은 '원전'산업...성공 여부는 정부 의지와 업계 노력에 달려
국제에너지기구(IEA), '원자력과 안전한 에너지 전화' 스페셜 리포트 "미래는 재생에너지가 지배...원전, 에너지전환 안전하게 도울 잠재력 지녀"
[ESG경제=이신형기자]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원자력 발전 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이 계속 좋아지는 재생에너지와 경쟁해야 하는 등 난관이 많아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원자력과 안전한 에너지전환(Nuclear Power and Secure Energy Transition)’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여러 나라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업계 노력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원전은 재생에너지가 지배할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안전한 전환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높게 평가했다.
"원전을 유지하거나 확충하려는 나라는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한편 원전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설비와 통합한 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원전 없이 지속가능하고 청정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더 어렵고 더 큰 리스크와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원전은 세계에서 수력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저탄소 전력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32개국이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 63%가 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이다. 노후 원전의 대다수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건설된 원전이다.
최근 여러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전략을 발표했다. 이들 나라는 원전 투자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비롤 사무총장, 원전 부활 여건 조성돼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가격 급등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도전, 야심찬 기후 약속 등의 과제를 고려할 때 원자력의 부활을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새로운 원자력의 시대를 보장할 수 없다”며 “(원전의 부활 여부는) 안전하고 지속적인 원전 가동을 보장하고 신기술 개발을 포함한 필요한 투자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정부의 강한 정책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업계는 선진국에서 원전 건설을 어렵게 만드는 초과 비용 발생과 사업 지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런 문제로 “선진국은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 이후 건설 중인 31개 원전 중 27개의 설계를 러시아와 중국 업체가 맡았다.
IEA는 지난해 발간한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길’이라는 스페셜 리포트에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이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원전 발전량이 이렇게 늘어도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재생에너지 전력의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30년 61%, 2050년에는 88%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12% 중 8%가 원자력 발전의 몫이다.
선진국의 경우 일부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도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은 3분의 1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재생에너지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의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와 업계 노력 중요
보고서는 원전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함께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원전으로 생산할 전기의 경쟁력 있는 가격을 보장할 수 있는 비용 안에서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원전 건설뿐 아니라 최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해 업계에 대한 금융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자본 집약적이고 자금 회수 주기가 긴 사업이고 특히 상당한 정책 리스크를 안고 있어 민간 투자 유치가 어려운 사업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대중의 반발과 정치적 반대로 원전 건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IEA는 에너지믹스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은 나라에 원전 건설을 권고하지 않는다.
현재 19개국에서 원전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에너지난으로 신규 원전 건설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과 관련, 보고서는 비용이 적게 들고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민간 투자 유치가 보다 수월하고 대중의 원전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프랑스, 영국, 미국이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SMR은 크기가 작아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 부지에 냉각설비 등 기존 설비를 활용해 건설할 수 있으나, SMR의 성공 여부도 투자의 물꼬를 터주고 관련 규제를 정비하려는 정부의 정책 의지에 달려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