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지속가능성 공시와 사업보고서 통합 어렵다"...기업 법적책임 우려

금융위, ISSB에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별도 서식 중 선택 허용 제안 재무제표와 지속가능성 동시 보고도 ‘일정기간 내 보고’로 수정 제안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해당 정보 중요한 산업에만 국한해야 금융위, 정보이용자뿐 아니라 정보 공급자인 기업의 입장도 고려

2022-08-03     이신형 기자
금융위원회가 ISSB의 ESG 지속가능성 공시 초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공식 제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ESG경제=이신형기자] 금융위원회는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난 3월말 공개한 공시초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확정해 ISSB에 최근 제출했다. 이를 통해 금융위는 "한국의 경우 지속가능성 공시를 사업보고서에 포함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기업이 사업보고서에 포함하거나 별도 서식으로 공시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ISSB 초안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사업보고서에 포함해 통합 공시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노력 등 비재무적 지속가능성 정보를, 매출액과 순이익 등 재무정보와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ISSB 공시 초안에 대한 검토의견에 따르면 금융위도 "지속가능성 정보와 재무정보와의 연계성 등을 고려할 때 이를 통합해 함께 공시하는 게 유용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다만 법적인 문제와 기업에 대한 소송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경우 이런 공시 방식을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한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대한 법률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사업보고서에 포함되는 내용과 서식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별도의 공시 서식을 추가하려면 법률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사업보고서와 별도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시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사업보고서를 통한 공시가 시행된다면 첨부서류로 공시를 해도 공시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이 따른다.

금융위원회의 김광일 공정시장과장은 "정보이용자뿐 아니라 정보공급자의 입장도 고려해 이런 현실적인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제안을 ISSB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ISSB는 지난 3월 31일 ESG 공시 초안을 공개한 후 지난달 29일까지 전 세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ISSB는 올 연말 최종 공시기준을 공표할 예정이다.

재무제표와 지속가능성 공시 시점 '일치'도 어려워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포함해 발표할 것을 제안한 ISSB의 초안은 지속가능성 정보와 재무제표가 동시에 발표돼야 한다는 관점을 담고 있다.

금융위는 재무제표와 지속가능성 공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게 투자자 등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한국의 경우 동시보고를 위해 시스템 구축과 제도 개선 등의 충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재무제표를 3월 말 발표하고 지속가능보고서를 자발적으로 발행하는 대다수 기업들은 7월 이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한다. 2025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행이 의무화되고, 2030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발행 대상이 확대될 에정이다.

매년 1~12월 재무제표가 3월 말 발표되는 데 반해 지속가능성 경영 정보는 같은 기간의 정보가 7월에나 발표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위는 “한국의 경우 동시보고를 위해 시스템 구축과 제도 개선 등의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가 재무제표 발행 이후 공개되는 것은 한국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고 해외 자회사 등 다른 나라에도 적용되는 상황”이라며 “만약 글로벌 문제로 확인된다면 ‘동시보고’ 대신 ‘일정기간 내 보고’로 문구를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지속가능성 정보를 3월말에 공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의 이웅희 본부장은 “한국의 경우 한 해 동안 배출한 탄소배출량을 다음 해 6월 말에 인증을 받는다”며 “배출권 할당까지 3월 이전에 마무리돼야 3월 말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이를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코프3 배출량, 해당 정보가 중요한 산업에만 요구해야

금융위는 "(공급망 협력회사를 포괄하는)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와 관련, 온실가스 배출 정보 수집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배출 위험관리 등에 상당한 기업 부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융위는 “스코프3 공시는 산업전반 지표에서는 요구하지 않고 산업기반 요구사항에서 해당 정보가 중요한 산업에만 요구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ISSB 초안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협의체(TCFD)와 미국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의 기준을 모두 채용하고 있다.

TCFD 권고안은 모든 모든 산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산업전반) 스코프 1,2,3 온실가스 배출량과 탄소집약도 등의 공시를 요구하는 반면 SASB 기준은 자동차 산업의 연비나 친환경차 판매 비중,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공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탄소배출량 등 산업별(산업기반)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지표 공시를 요구한다.

따라서 ISSB 초안은 기본적으로 스코프 1,2,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와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 공시를 요구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스코프1은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산에서 발생한 직접 배출, 스코프2는 기업이 구매해 소비한 전기와 증기, 냉난방 등을 통한 간접 배출을 뜻한다. 스코프3는 기업이 보유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가치사슬 전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뜻한다.

금융위는 기업마다 가치사슬의 범위가 달라 스코프3 배출량 산출 기준이 달라져 기업간 비교 가능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스코프3 배출량에 포함되는 대상을 예를 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요 공급망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기관이 보유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의 배출량 공시와 관련, 금융위는 금융배출량 산출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을 위한 체계와 가중치 배정 장식에서 아직 단일한 최적의 방법론이 없다며 더 상세하고 포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중소기업의 경우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스코프3 배출량 공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2'만 공시 요구해야

ISSB의 초안은 'S1'으로 불리는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General Requirements for Disclosure of Sustainability-related Financial Information)과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Climate-related Disclosure)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위는 S1 공시 초안과 관련, “기업들이 주제별 기준이 완전하게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 관련 공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S1은 개념적 특성을 제안하는 총론 형식의 기준으로 구성하고 구체적인 공시 요구는 S2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금융위는 제안했다.

금융위는 또한 S1 초안에서 언급된 "유의적인(significant)"과 "중요한(material)" 등의 용어가 갖는 개념적 차이와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예시 사례 등을 ISSB가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