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대응 방안 '육류세'..."미래 세대를 위한 유용한 선택"
옥스퍼드대학 연구팀 "육류세가 기후 목표 달성 방안 중 하나" 육류 소비 가격 인상, 연말 세금 균등 분배 제안
[ESG경제=김민정 기자] 식물성 식단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류 소비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육류 소비에 세금을 물리는 ‘육류세’ 도입이 효율적인 대안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학술저널 '더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은 10일 옥스퍼드대학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가 발표한 ‘이제 육류 소비에 세금을 부과해야 할 때’라는 논문을 소개했다.
연구에서는 “육류세가 적절하게 시행된다면 저소득 가정이나 육류 산업자들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면서, 세계가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생태계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붉은 고기에 부과하는 죄악세 ‘육류세’
육류세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 소비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술이나 담배, 도박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산업에 부과하는 ‘죄악세(sin tax)'의 일종으로, 구매자의 소득을 불문하고 상품과 서비스에 부과되는 간접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식품 가격이 치솟기 전부터, 이미 독일과 네덜란드 등의 유럽 국가에서는 육류세 도입을 숙고하고 있었다. 육류 및 유제품에 대한 세금 부과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C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농업 탈탄소화에 꼭 필요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고기 소비를 위해 가축을 기르고, 사료를 만들기 위해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은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헤친다. 또한 축산업은 엄청난 양의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오염을 일으켜 ESG에 반하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크다. 지난해 네이처푸드 저널에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에서 1/3이 식품의 생산과 유통 관련 시스템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가 기후목표를 달성하고 생태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쇠고기 56%까지 인상, 식물성 식품 가격은 내려야
세계 기후 전문가들 역시 배출량을 줄이고, 생물다양성 손실을 늦추며,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을 확보하려면 육류와 유제품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방식에 변화가 우선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덕분에 최근에는 대체단백질을 이용한 식물성 버거 등, 새로운 육류 대안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육류 시장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국내 육류 소비량은 매년 1인당 1.12kg씩 늘었다.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육류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유효하고 가능성 높은 방법은 육류 및 동물성 제품에 직접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연구에 따르면 육류세가 올바르게 시행된다면 가난한 가정이나 축산업이 부담을 크게 질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의 육류 평균 소매가격은 생산의 환경 비용을 반영해 쇠고기의 경우 35%-56%, 가금류의 경우 25%, 양고기 및 돼지고기의 경우 19% 인상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모인 세금의 수익금은 매년 연말 일시불 형태로 인구 전체에 균등하게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육류 소비를 적게 한 저소득층은 오히려 이득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에서 진행된 다른 연구에 따르면 탄소세 수익금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세금부과는 지역의 탄소 배출량을 5~15%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 프란지스카 펑케 연구원은 “육류세 도입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육류와 유제품 가격이 인상되는 것과 반대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물성 식품은 더 저렴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육류세가 올바르게 시행된다면,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모두를 위한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식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