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정책 변화로 ‘SMR’에 관심...국내외 투자 바람 거세다

SK그룹, 빌 게이츠 설립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3200억원 지분 투자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뉴스케일파워와 SMR 공동 추진 IEA, “원자력 없이 지속가능하고 깨끗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 힘들다"

2022-08-19     김민정 기자
국내 에너지 정책이 원자력 발전에 집중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국내 ESG 이슈가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민정 기자] 최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원자력발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원전의 안정성을 높인 차세대 원자로 등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탄력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에너지 정책 방향의 핵심으로 2030년 원전 비중 30% 이상 확대와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 감소, 에너지혁신벤처기업 성장 등의 계획을 내놓았다. 글로벌 탄소중립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고조되는 등의 국내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등도 원전 확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존 원전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원전을 개발하여 부족한 에너지 공급을 메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정부는 SMR 개발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비행기 엔진과 잠수함 원자로 기술 분야의 실력자 롤스로이스가 추진하고 있는 SMR 컨소시엄에 예산 3,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6년 전부터 원자로 디자인 작업을 벌여온 롤스로이스는 2031년쯤 SMR 16기를 제작해 설치할 계획이다.

SMR은 출력 300MWe 이하의 소형 원자로다. 모듈화를 통해 공장 제작 및 현장 조립이 가능하고, 단순하면서도 전기가 필요 없는 안전 계통 등 혁신 기술이 적용돼 위험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기존 대형 원전은 증기 발생기와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가 배관으로 연결된 구조다. 사고가 발생하면 이 연결 부위에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SMR은 일체형이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SMR의 안전성 기준은 10억 년에 1회 노심 손상으로 나타나, 기존 대형 원전의 노심 손상 확률 기준(10만 년에 1회)과 비교해 무려 1만 배나 뛰어나다. 사고가 발생해도 대형 원전의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은 반경 16㎞ 안팎인 반면 SMR은 300m에 불과하다. 때문에 도시 안에서도 얼마든지 발전이 가능하다. 

SMR 발전시장 확대, 기업들 투자 증가

국내에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략이 다시 논의되자, 국내 대기업들은 앞을 다퉈 SMR 등 원전 시장 투자를 시작했다.

SK그룹은 지난 15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SMR 기업인 테라파워에 32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감축에 기여하겠다”고 그룹 비전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이 거의 없는 테라파워 SMR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SK그룹이 투자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인 미국 테라파워. 사진=SK그룹

테라파워는 소형냉각고속로 (SFR) 설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총 2.5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완료했으며, 약 7.5억 달러 규모 투자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 및 동남아 등에서 테라파워의 원자로 상용화 사업에 참여하여 무탄소 전력 수급에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7월, DL이앤씨는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 설계∙기자재 조달∙시공 (EPC) 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2012년 설립된 테레스트리얼 에너지는 차세대 SMR인 일체형 용융염 원자로(IMSR, Integral Molten Salt Reactor)를 주력 모델로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DL이앤씨의 강점인 석유화학 플랜트 개발사업과 연계해 산업용 전력과 열원을 공급할 수 있는 일체형 용융염 원자로 개발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S에너지도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약을 체결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NRC)로부터 2020년 유일하게 설계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앞서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등 3사는 지난 4월 뉴스케일파워와 전 세계에 SMR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업무협약은 뉴스케일의 SMR 기술을 중심으로, GS에너지의 발전소 운영능력,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기자재 공급 능력, 삼성물산의 발전소 시공 역량을 더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7일(현지시간) SMR 기술에 관한 최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포털을 구축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IEA는 "SMR은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전 세계적 규제 흐름에 적합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갈수록 큰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며 "포털 플랫폼은 SMR 도입국에 안전성과 경제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IEA는 지난 6월 원자력 발전을 장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원자력 없이 지속가능하고 깨끗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더 힘들고, 더 위험하며,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