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태양광 기업들, "중국 독식 구조 차단할 지원책 촉구"

신재생에너지 기업 CEO들, EU집행위원회에 긴급 조치 촉구 서한 퍼스트 솔라, 바이와알이, 마이어 버거 CEO 등 서한에 서명 태양광 발전 가치 사슬 개발, 원재료 수입 의존도 낮춰 에너지 안보 우려 없애야

2022-10-13     김민정 기자
퍼스트솔라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사진=퍼스트솔라

[ESG경제=김민정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올 겨울 유럽의 전력난 위기가 대두되면서, 재생에너지 업계의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태양광 관련 기업들은 태양광 모듈이나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날로 커지는 점을 우려하며 유럽연합(EU)이 적극적인 지원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태양광 산업 글로벌 미디어인 PV-테크(Tech)는 11일, 유럽과 미국 12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유럽 태양광 설비 개발을 위한 긴급 지원 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서한에는 미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퍼스트 솔라(First Solar), 독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개발 기업 바이와알이(BayWa r.e.), 독일 태양광 모듈 제조사인 마이어 버거(Meyer Burger) 등의 재생에너지 기업 CEO들이 서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서한에서 EC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의장에게 “유럽 내에서 더 강력한 태양광 발전 가치사슬을 개발하고, 폴리실리콘이나 잉곳, 웨이퍼 등의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유럽위원회의 에너지 안보 걱정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중국은 새로운 태양광 발전 시스템 부품 개발에 유럽에 비해 10배나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마이어 버거 공장에서 진행 중인 태양광 전지 테스트. 사진=마이어 버거.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시장 80% 점유 경각심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은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 모든 태양광 시설 제조 단계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을 합한 점유율을 훨씬 넘어섰다. IEA는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전 세계가 태양광 패널 생산을 위한 부품 공급 분야에서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생가능 산업 연합체인 솔라파워유럽(SolarPower Europe)의 CEO는 서한에서 “유럽의 대규모 태양광 시스템 제조 프로젝트에 재정지원이 시급하다”라며, “가치 사슬 전반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에 대한 경쟁력이 필요하다. 특히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등의 생산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는 태양광 모듈의 원재료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로, 중국뿐 아니라 국내 폴리실리콘 기업인 OCI, KCC, 웅진, 한화케미칼과 한국실리콘 등도 생산 체제를 갖추고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잉곳/웨이퍼는 중국이 세계 시장을 쥐고 흔드는 모양새다. 중국 내 태양광 기업들이 원소재에서 모듈, 시스템에 이르는 생산 단계를 수직계열화하면서 잉곳이 웨이퍼의 중간공정으로 묶인 영향이 크다. 이에 잉곳/웨이퍼 분야에서는 중국의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

독일의 태양광 시장조사기관인 ITRPV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웨이퍼 시장은 기준 중국 GCL 폴리가 전체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웨이퍼 생산 상위 10곳 중 8곳이 GCL 폴리 등의 중국 업체다. 중국 외 기업으로는 대만 '그린에너지 네크놀로지'와 한국 '넥솔론'이 각각 4.2%와 2.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유럽 및 미국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EU반도체법(EU Chips Act) 같은 태양광 지원법 만들어달라"

이번 서한에 서명한 기업들은 “태양광 시스템 가치 사슬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유럽이 더 강력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국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태양광 공급망 내에서 유럽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EU반도체법(EU Chips Act)’과 비슷한 태양광 발전 지원법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EU반도체법은 반도체 기술 및 응용 분야에서 경쟁력과 회복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이다.

서한에 서명한 이들은 “유럽의 태양광 제조업체가 직면한 문제는 많다”며, “계속해서 치솟는 전기 가격에 대응해야 하는 지금, EU은 태양광 시설 제조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