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회장 취임 임박한 이재용...지배구조 개편 논의 중인 준법위와 회동

준법위와 첫 만남서 ESG 경영 위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 논의했을 듯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 대국민발표 이행·노동인권 보호 의지 표명 8월 복권돼 걸림돌 사라져 올 연말 회장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

2022-10-13     권은중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제공)

[ESG경제=권은중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위원들과 처음 만났다. 이 부회장이 ‘4세 경영 승계 포기’를 선언한데다 2기 준법위가 삼성의 지배구조를 포함한 ESG경영을 강조해와 이번 만남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됐는지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취업 제한'이 풀려 이르면 올해 말에 회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부회장, ESG 경영 강조해온 준법위와 첫 면담

삼성 준법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2일 오후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10월 준법위 정기 회의에 앞서 위원들과 면담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와 삼성 내부에서 제기된 목소리가 결합돼 만들어진 독립 기구이다. 지난해 2월 공식출범했고 현재 전 대한변협 회장인 이찬희 위원장이 2기 체제를 이끌고 있다.

특히 2기 준법위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현'을 3대 중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 중이다. 개편 방안으로는 선대 이건희 회장이 관심을 가졌던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 모델이 중점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과 준법위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날 면담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면담은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진행됐다. 준법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4세 경영권 승계 포기 등) 2020년 대국민발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위원회의 활동 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 경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며,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와 함께 외부기구인 준법위가 현재처럼 독립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준법위는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 부회장과) 준법위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적 안은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첫 만남이니까 광범위한 부분의 방향성을 이야기했고 이 부회장이 위원들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회장 승진하면 지배구조 어떻게 바뀌나?

이재용 부회장의 첫번째 준법위와의 만남은 이 부회장의 연내 회장 취임 관측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54세인 이 부회장은 2012년 44세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4대 그룹 가운데 회장 직함을 달지 못한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회장 승진은 법률상의 직함은 아니어서 사내 주요 경영진이 결정하면 된다.

그렇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2020년 대국민발표를 통해 자녀에게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며 '4세 경영 승계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전문경영인 체제 등으로 바뀌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준법위는 그동안 이런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검토하는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현대 5대째 승계 경영을 하고 있는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경우 벨렌베리 가문은 공익재단과 투자지주회사를 콘트롤타워 삼아 그룹을 전략적으로 통제할 뿐, 계열사들의 일상 경영은 철저히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고 있다.

삼성그룹 콘트롤타워 재건 여부 관심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현재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왔다. 기존 미래전략실이 총수 직속 조직으로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라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이찬희 위원장은 올해 초 위원장으로 선임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 삼성과 관련돼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이다”라며 “외부 전문가 조언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종적으로 최고경영진이나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주주인 국민이 삼성의 실질적 주인으로 대우받는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준법위는 그동안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의 유형화 및 평가 등의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 연내 회장 취임 유력

한편 이 부회장이 광복절 특별 사면 이후 처음으로 이날 준법위와 면담하면서 회장 취임 전 사전 인사를 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면담을 끝으로 회장 취임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사실상 마쳤다는 말도 나온다. 회장 취임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이나 노동인권 보호 등과 같은 사회분야에서 획기적인 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측도 돌고 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시기는 이건희 회장 2주기인 10월25일이나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조부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35주기인 11월19일 전후, 혹은 사장단 정기 인사 시즌인 12월에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광복절 특별 사면 이후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잇따라 찾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며 보폭을 넓혔다. 전날 7년 만에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를 찾아 삼성바이로오직스 4공장을 둘러봤다.

그룹의 책임 경영을 위해서도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시간 문제이며, 긍정적인 행보라고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