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회장 선임, 등기임원 아닌데도 이사회 공식 결의 거친 까닭은
이사회 중심 경영 의지 반영...선대 회장 사후 불안했던 지배구조 안정화 경쟁력 악화 우려에 ‘뉴삼성’ 통해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사업확장할 듯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명실상부 삼성그룹의 회장직에 올랐다. 27일 삼성전자는 정기 이사회를 개최해 이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10년 만이며 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지 2년만이다.
이 회장은 2009년 12월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해 경영 보폭을 넓혔고, 2014년 5월 고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며 그룹 승계를 위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 그는 같은 해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사태 때 직접 나서 혁신방안을 제시했고, 자본잠식 상태의 삼성엔지니어링에는 사재를 털어 책임경영을 실천하기도 했다.
2016년 10월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됐는데, 이 회장이 입사한 지 25년 만이었다. 당시 배터리 발화 문제가 불거진 갤럭시노트7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비용에 관계없이 전량 리콜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회장의 결단이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의 이사회 이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재용 회장을 회장직에 추대를 결의한 것은 향후 이 회장의 책임 경영 강화와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 같이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해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했다.
반도체 실적 절반으로 ‘뚝’... 극복해야 경영환경 녹록지 않아
이 회장이 삼성의 그룹 총수로 뛰어야 할 글로벌 경영 환경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반도체 관련 규제와 대만 TSMC의 약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업황 악화 등이 산적한 과제라 할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3분기(7~9월) 실적에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 쪼그라든 5조1200억 원으로 집계했다.
글로벌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뉴 삼성’을 주창하며 핵심사업으로 손꼽은 BBC(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와 경영 계획이 조만간 공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7~12월) 들어 BBC 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하반기 대내외 경영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지만 올해 예정된 54조 원의 시설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계획된 투자는 모두 집행할 예정”이라며 “중장기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첨단 기술 중심 투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로 야기된 ‘불안한 지배구조’ 안정화
이로써 고 이건희 회장의 사망과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삼성의 지배구조도 다시 총수체제로 전환돼 안정화를 되찾게 됐다. 그동안 사안별로 이재용 부회장이 현안을 챙기기는 했지만 각 계열사별 독립경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여타 다른 그룹과 비교되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7년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이후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이후 지난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작년 8월 가석방된 그는 형기가 종료된 뒤에도 5년 동안의 취업 제한 규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아 자칫 장기간 경영복귀에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올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모든 제한이 풀리면서 ‘삼성그룹 총수’ 자리에 오르는 데 걸림돌이 제거됐다.
이재용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에 따라 본인만의 경영체제 확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하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어 왔다.
그동안 미뤄져 왔던 조직문화 개선과 사회공헌 등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6월 유럽 출장에서 귀국하는 길에 ‘기술’과 함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앞서 간담회를 통해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재용 회장, 삼성 입사 30여년 만에 ‘회장직’ 올라
이재용 회장은 1968년생으로 만 54세다.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과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사이에서 1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이 회장의 동생이다.
이 회장은 경기초, 청운중, 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 경영관리학과,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업을 마친 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2003년 상무가 됐다. 2004년에는 삼성전자와 소니 합작사의 등기이사로 경영에 본격 참여했고 2007년 1월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승진했다.
이 회장은 1998년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결혼했고, 11년 만인 2009년 합의 이혼했다. 슬하에 아들 이지호, 딸 이원주 두 자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