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죄악주' 담배주식 고수익 행진...ESG 바람도 증시 침체도 피해가

글로벌 증시 올들어 폭락한 가운데 수익률 플러스 속출 높은 배당에 경기방어주 성격 강해...사외공헌 활동에도 적극

2022-11-04     이진원 기자
글로벌 증시 부진 속에서도 ESG 투자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죄악주인 '담배 관련주'는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진원 기자] 글로벌 고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세계 각국의 증시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담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선전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한국 KT&G의 경우 연초 대비 주가가 20% 이상 뛰었다.

담배기업 주식은 ESG투자자들이 꺼리는 대표적인 ‘죄악주(sin stocks)’로 통한다. 죄악주는 담배와 주류, 인명 살상 무기를 판매하거나 카지노 따위를 운영하여 사회적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장사의 주식을 말한다. 경기의 부침에 상관없이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는 특성을 띠기 때문에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간주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ESG 투자 열풍이 불면서 죄악주는 펀드 매니저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성장주식을 중심으로 증시가 침체하자, 높은 배당을 주고 내부 축적 자산이 많은 담배회사들의 대표적인 가치주식으로 인식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는 KT&G, 강원랜드, 하이트진로, 롯데관광개발 등이 대표적인 죄악주로 꼽히는데, ESG 경영을 선도하겠다는 국민연금이 지난달 이 기업들에 5조 4000억 원 가까이를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자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내 죄악주들 가운데 담배주식 KT&G 유독 선전

국내 죄악주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으나 KT&G는 유독 빛났다. KT&G는 4일 종가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이 22%에 가까이 이르며 29.8% 하락한 코스피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강원랜드도 3% 하락하는 데 그치면서 비교적 선방했으나, 하이트진로는 코스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22% 빠졌고, 롯데관광개발은 41% 밀리면서 코스피에 비해서 더 높은 하락률을 나타냈다.

KT&G는 지난해 지난해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 몫)이 59%에 이르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다. 시가배당률도 6.1%나 됐다.

KT&G는 담배 제조 및 판매라는 원죄를 의식했음인지, 사회공헌과 ESG 경영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청년들의 위한 스타트업 지원과 주거개선 등을 위한 사회공헌사업 을 펼쳐 호평을 받고 있다. ESG평가기관들로부터 거버넌스 평가도 A등급을 받고 있다.

<국내 대표적 죄악주 수익률 변화> 

회사명 4일 종가(원) 연초 이후 수익률(%)
KT&T 96200 21.7
강원랜드 23350 -3
하이트진로 26900 -22
롯데관광개발 10350 -41

 

해외에서도 죄악주 중 담배 관련주는 선전

죄악주 중에서 담배주의 강세는 해외 사례에서도 두드러진다. 23개 선진국과 24개 개도국의 담배 회사 주식들로 구성된 MSCI ACWI 토바코 지수는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1%를 약간 넘는 수준에 그쳤다.

영국 증시의 FTSE 350(영국의 상위 350개 기업을 모아놓은 지수)에 속해 있는 담배 주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20.7% 올랐다. 지난해 상승률인 1.76%에 비해서 대폭 높아진 상승률이다.

FTSE 350 지수가 올해 들어 7.74%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 시가총액 5대 담배 회사들>

회사명 시가총액 (10억 달러) 올해 수익률(%)
필립 모리스 136.94 -7.41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89.09 5.24
알트리아 그룹 80.48 -6.84
ITC 53.15 47.38
저팬 토바코 33.53 -6.24

출처: www.companiesmarketcap.com

EQ 인베스터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테르티우스 보닌은 경제전문지 디스이즈머니(This Is Money)와의 인터뷰에서 “물가과 금리가 올라가고 불확실성이 커진 새로운 경제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고배당 주식에 기업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면서 “그런 대표적인 기업이 담배회사 같은 보다 성숙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죄악주 ETF는 줄줄이 부진

본지가 야후 파이낸스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죄악주를 모아놓은 ETF(상장지수펀드)인 ‘어드바이저셰어스 바이스 ETF’는 11월 3일 현재 연초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 21.57%로 부진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의 하락률인 20%보다도 더 많이 빠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ESG에 역행하는 반(反) ESG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처음 등장해 관심을 끌었던 '배드(BAD) 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16.92%였다. 미 다우산업주평균 지수가 연초 대비 11% 하락한 것과 비교해 하락폭이 컸다.

KT&G의 한 관계자는 "담배 주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죄악시해서는 곤란하다"며 "흡연자가 있는 한 담배회사는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신 친환경 생산과 사회공헌, 거버넌스 개선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ESG 경영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