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내재화 망치는 사람..."못된 상사"
'못된 상사'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방해 거리 두고, 예의 갖추며 '반면교사'로...'집단 대응' 최종 병기
못된 상사와 일하게 된다면?
최고의 패션지 ‘런웨이’에 입사했지만 ‘앤드리아’에겐 이 화려한 세계가 낯설다. 저널리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1년만 버티려고 마음먹지만, 악마 같은 상사, 대단한 편집장 ‘미란다’와 일하는 것은 정말 지옥 같다.
24시간 울려대는 휴대폰, 남자친구 생일도 못 챙길 정도의 풀 야근, 쌍둥이 자녀 방학 숙제까지! 꿈은 더 멀어지고, 잡일 전문 비서가 된다. 오늘도 ‘미란다’의 칼 같은 질타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시달리는 ‘앤드리아’, 과연, 전쟁 같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오래전 개봉했지만, 지금도 인기가 높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이야기다.
현대는 무한경쟁 사회다. 경쟁은 자본주의의 본성이다. 한국 사회는 왜 유독 경쟁이 치열할까?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고속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서구적 가치관에 기반한 고속성장은 동양적 전통가치를 배제하면서 공동선(Public good)을 무너뜨렸다.
자기에게 중요한 것에만 집착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는 무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쟁은 생존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미덕이 되었다. 경쟁에서는 오로지 1등만 기억된다. 사회는 항상 최고 기준을 요구한다.
자신에게 정한 가혹한 기준을 남에게도 강요
경쟁의 덫에 걸린 사람이 있다. 어려서부터 입시 위주의 교육을 통과하고, 앞만 보고 무조건 이겨야 하는 목표만을 가지고 성장한 경우다. 부모로부터 성취에 따른 조건부 사랑을 받고, 칭찬·인정·응원·격려보다 야단·비난·모욕·비평이 주된 가정에서 자란 경우다.
그는 최고가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가혹한 기준을 정해 강하게 몰아치고, 더욱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허비하면 죄의식을 가진다. 일 중독에 빠지게 된다. 상대에게 자신의 규칙을 강요하고,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을 비난하고, 작은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다. 아무리 성과를 많이 낸다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그런 상사와 함께 생활하기 어렵다.
‘미란다’는 못된 상사임에 틀림이 없다. 통상 내가 편하면 좋은 상사, 내가 힘들면 못된 상사가 된다. 내게 득이 되면 착한 상사, 내게 해가 되면 못된 상사가 된다. 못된 상사는 부하들에게 모욕을 주고, 불신감을 조장하며, 숨도 못 쉬게 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닦달한다. 일과 인간관계에서 모두 최악이다.
못된 상사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폭군형’은 권력을 남용하고, ‘교주형’은 자기 왕국을 건설한다. ‘억압형’은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하고, ‘자아도취형’은 끊임없이 아부를 요구하다. 못된 상사의 공통점은 이렇다. ①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②부하들을 이용하고 착취한다. ③함께 있으면 항상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다.
못된 상사는 ESG 내재화의 적
못된 상사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방해한다. 현대인은 대부분 직장인이다. 가족보다 직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 직장인은 보통 좋은 상사에게 인정받아, 승진하거나 연봉이 오르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못된 상사 때문에 직장생활이 지옥이라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누구든 못된 상사 밑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서는 안 된다. 나를 향한 폭력에 익숙해져도 안 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하들을 들볶는 고약한 상사가 되레 승승장구한다. 폭군처럼 군림하는 상사가 승진만 잘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직장인이 퇴사하는 이유 1위는 힘든 인간관계다. 못된 상사와 함께 일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못된 상사 대처법
첫째, 절대 폭발해서는 안 된다. 상사는 바꿀 수 없다. 아니 바뀌지 않는다. 폭발은 무조건 불리하다. 나만 손해다. ‘눈에는 눈’과 같은 대응도 불리하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상사와의 어떤 전쟁도 이길 확률은 아주 낮다. 상사의 상사도 상사편이다. 통상 2~3년만 버티면 부서를 이동한다. 과속예방에 대한 기발한 표어가 있다. “1분 빨리 가려다 10년 먼저 간다.”
모멸감으로 울컥 치밀어 오르는 순간, 1분만 버티고 기다려라. 1분만 참으면 10년 더 갈 수 있다. 여기 효과적인 응급대처 방법이 있다. ①못된 상사의 모습을 무성영화로 돌리자. 상사가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다. ②급한 핑계를 대고 잠시 그 장소를 벗어나자. 옮기는 순간, 다른 감정과 생각이 들어설 것이다. ③입을 벌리고 상체의 힘을 빼자. 상대의 나쁜 에너지가 내 몸을 그냥 통과할 것이다.
둘째,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못된 상사 밑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맞추다 보면 망가지던지 똑같이 되고, 안 맞추면 살아남기 힘들다.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 철학을 희생할 수는 없다. 부서이동이 최선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결국 이직(移職)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렵게 들어온 직장을 상사 때문에 그만둔다면 어리석다. 상사도 직원이 하기 나름이다. 최대한 현명하게 탈출해 보자. 철저한 전략이 요구된다.
①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자. 못된 관계는 가까워도, 멀어도 문제가 생긴다. ②증거와 기록을 남기자. 불합리한 성과평가에 대비해야 한다. ③예의 바르게 행동하자. 어쩌거나 상사는 상사다. 빌미를 잡혀서는 안 된다.
④집단으로 맞대응하자. 하지만 최종 카드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⑤스트레스를 최소화하자. 무슨 일이 있어도 건강은 지켜야 한다. 신체적 과로를 줄이고, 정신적 상처를 피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안 풀려 이직을 실행할 경우, 최소 6달 이상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셋째,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자. 나쁜 면에도 깨달음과 교훈은 있다. 무의미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못된 상사라도 얻을 건 있다. 있는 동안 최대한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어디서든 살아남는다. 어떤 상사를 만난다 해도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
그런데 세상에 100% 나쁜 놈은 없다. 모든 게 상사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내 문제도 있을 수 있다. 훗날, 상사가 되어 이날을 떠올릴 때 씨익~ 웃을 수도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 법이다. 과거의 상처를 씻고 나면, 더욱 견고한 기초가 마련될 수 있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죄를 미워하라!”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LPJ마음건강의원 대표원장이다.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중앙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 <임상집단정신치료>, <힐링 스트레스>, <관계 방정식>, <선택의 함정>, <아프다 너무 아프다> 등 1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