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과도한 이자 장사...단기 실적주의 도마에

지분 70% 외국인 의식한 주주환원책 과해 이자부담 허덕이는 가계,기업 두루 살펴야 금융지주 회장 3연임 등 지배구조 낙후성 문제

2022-11-21     김도산 기자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ESG경제=김도산 기자] 시중금리 급등으로 가계와 기업이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24일 또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로 벌어진 때문이다. 현재 3%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25%로 오르면 은행권 대출금리는 7~8%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엄청난 이자 수익을 쌓으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슬금슬금 늘린 예대 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금리 인상기에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주인없는 금융지주사들(NH금융지주 제외)의 지배구조 특성 상 금융지주 회장들이 3년 단위 연임을 위해 너무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경영을 하고 있는 게 근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주의 70% 안팎인 외국인들을 의식해 연임 명분을 쌓으려고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고, 주주환원을 높이는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주환원은 ESG를 위한 물론 중요하지만, 금융소비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단 회장 자리에 오르면 3연임과 나이 70세를 채우는 관행도 이제는 깨야할 때가 됐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은행 이자 장사를 중심으로 금융지주가 높은 수익을 올린다 해도, 이는 정부로부터 받은 은행업 라이선스의 준지대가 작용한 것이지 최고경영자의 능력과 별 상관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번 회장이 되면 3연임(9년)을 채우는 게 관행이 되면서 내부 혁신과 비판이 힘들어지고 현직 회장 중심의 '줄서기' 경영의 폐단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지주 이자이익, 총이익의 83%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182조원에 달했다. 2021년 거둔 이자이익만 45조원으로,  5년 전인 2017년(28조4000억원)에 비해 58%나 급증했다. 여기에 지방은행 등 다른 은행들의 이익을 더하면 은행권 총 이자이익은 지난 5년간 20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은행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은 82.5%였다. 이익 중 대부분을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셈이다. 덕분에 5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9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8000억원으로 85%나 늘어났다. 지난 5년간 5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61조원에 달한다.

지방은행 포함 5년간 이자이익 200조원 넘을 듯

금융감독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2022년 1∼3분기 이자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조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두고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예대 금리차에 의존해 '손쉬운 이자 장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내리고,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려 이자놀이에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예대 금리차는 2020년 말 2.05%p, 2021년 말 2.21%p, 지난 9월 말 2.46%p로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의 예대 금리차(2.46%p)는 2014년 2분기(2.49%)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이 벌어진 수준이다.

김성주 의원은 "경기가 좋아도 나빠도 치열한 경쟁 없이 이자 장사로 안정된 수익을 얻고, 이를 통해 과도한 배당과 성과급 잔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약탈적 금융 사회가 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