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규제 협약 난항...각국 동상이몽

'24년 플라스틱 종식 협약 합의 불구, 강제냐 자율이냐 평행선 유엔, “플라스틱은 화석연료와 다름없어, 폐기물 이상의 위협”

2022-12-06     이신형 기자
플라스틱 쓰레기가 널린 인도 뭄바이 해변 전경.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신형기자] 플라스틱 환경 오염 종식 목적의 국제 협약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남미 우루과이에서 열렸으나, 플라스틱 생산 등의 핵심문제를 놓고 참여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고 협약을 이행하는 것을 전 세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문제에 집중하고 협약 이행은 개별 국가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우루과이의 푼테 델 에스테에서 160개국 2000명 이상의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국제협약 체결을 목표로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Intergovernmental Negotiation Committee)‘가 열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일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플라스틱은 또다른 형태의 화석연료”라며 "플라스틱이 인권과 기후,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원국들이 (플라스틱을) 폐기물 이상의 위험요소로 간주해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UNEP, "플라스틱 쓰레기 유입으로 해양 생태계 위기"

UNEP에 따르면 지구촌 연간 플라스틱 제품 생산량은 4억6000만톤에 달하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60년에는 생산량이 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 14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게 된다. 플라스틱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까지 전체 배출량의 15%를 차지할 전망이다.

플라스틱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번지면서 유엔 회원국들은 지난 3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담은 조약을 2024년까지 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 우호국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회원국과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기업과 정유사를 보유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이견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EU 회원국과 스위스, 우루과이, 가나 등 40개국을 회원으로 둔 ’플라스틱 오염 종식 우호국 연합‘은 협약 체결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 억제를 포함한 강도높은 조치를 국제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위스는 성명을 통해 “국제적 공통 규제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의무화", 미국과 사우디는 "각국 자율" 주장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국가별 이행에 무게를 두었다. 미국은 나라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행동 계획을 제시하는 파리기후협약 식의 협정을 선호했다. 사우디는 각국 상황에 맞춰 접근하는 '버텀 업' 방식을 선호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문제에 중점을 두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접근 방식이 협약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세계자연기금의 아이리크 린데베르그 플라스틱 정책 담당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힘있는 나라들이 국제 기준과 규정을 만드는 데 반대하는데. 이는 각국의 행동 준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로비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업계는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제품은 필수적이다. 협정은 플라스틱 제품 생산 억제보다 추후 폐기물 처리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회원국의 소극적 태도와 업계의 로비에도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해양 오염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제 오염원 제거 네트워크(International Pollutants Elimination Network)의 비토 부온산테 자문위원은 “플라스틱 문제는 더 이상 해양오염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