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美 태양광 3.2조원 투자..."중국 제품 밀어내기 승부수"

미 사상 최대...내년까지 모듈 생산 8.4기가와트로 확대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현지 생산...100% 밸류체인 완성 중국산 패널 세계 80% 독주...미국ㆍEU 견제정책에 기여

2023-01-12     이신형 기자
미 조지아주 달튼의 한화큐셀 공장.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이신형기자] 한화그룹이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사업의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 정부는 태양광을 통한 재생에너지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태양광 모듈시장의 중국산 점유율이 높아 "중국 좋은 일만 시키는 꼴 아니냐"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더구나 미중 패권전쟁이 기술전쟁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미 바이든 행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중국 견제에 본격 나설 태세를 보인다.

이런 흐름을 틈타 한화가 북미 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의 태양광 모듈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화는 미 투자로 'Made in USA' 태양광 모듈을 대량 생산해 중국 제품의 독주를 막고,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거액의 세금감면 혜택까지 보는 일거양득을 노린다. 

한화큐셀은 내년까지 미국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가능한 태양광 통합생산단지를 조성하고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8.4기가와트로 키울 계획이다. 북미 태양광 시장이 연 20% 안팎 고성장 할 것으로 한화는 기대한다. 한화큐셀은 생산능력을 최대한 가동할 경우, 지난해 제정된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연 최대 1조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자회사인 한화큐셀은 ”이번 투자는 미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단일 기업이 북미 지역에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추는 첫 사례“라고 밝혔다.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를 만드는 업스트림(Upstream)과 태양광발전 시스템의 주요 구성품인 셀과 모듈을 만드는 미드스트림(Mid-stream), 그리고 발전사업의 다운스트림(Downstream) 으로 이루어진다.

한화큐셀은 미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총 3조원을 투자해 내년 말 상업생산 목표로 각각 연 3.3기가와트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 셀, 모듈을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한다. 현재 연 1.7기가와트인 조지아주 탈튼 공장의 모듈 생산 능력은 생산 라인 추가 증설을 통해 총 8.4기가와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한화규셀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 5단계 가운데,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을 한 곳에서 생산하는 ’솔라 허브‘를 구축하게 된다. 이렇게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한 곳에 모으면 물류비를 줄이고 운영 효율은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한화큐셀은 ”8.4GW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 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로, 약 130만 미 가구가 1년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은 현재 생산되는 태양광 모듈의 95% 정도를 차지한다.

한화큐셀은 현재 미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인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주택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17분기 연속,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12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IRA에 따라 10년 간 8조원 세제 혜택

미 정부는 올해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미국 내 태양광 설치를 장려하기 위해 투자세액공제를 2032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내 생산 제품에 대해 밸류체인 단계별로 생산량에 따른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한화큐셀은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고 설비가 100% 가동할 경우 연간 약 1조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장이 내년 완공되면 2025년부터 본격 세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의 황성현 애널리스트는 12일 리서치노트를 통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10년간 총 8조원의 세제 혜택이 기대된다“고 추정했다. 그는 한화큐셀의 미 모듈 공장 증설 규모는 9기가와트라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구영 한화큐셀 대표는 ”솔라 허브 조성에 나서는 것은 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솔라 허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태양광 사업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 정부의 중국 태양광 패널 독주 견제에도 부응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런 추세면 중국산 제품 의존도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본다. IEA는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태양광 모듈 생산시설이 지난 10년 간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했다“며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를 포함한 핵심 태양광 제품의 중국산 점유율이 수년 내에 95%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략 산업으로 태양광 모듈 산업을 육성하면서 공급망 전반의 지속적인 혁신을 뒷받침했다. 이런 정책을 통해 중국은 태양광 모듈 생산 단가를 80% 이상 낮췄다. 태양광 모듈은 중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기도 하다. 2021년 중국의 태양광 모듈 수출액은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5년간 중국이 기록한 무역흑자의 7%를 차지했다. 한화큐셀의 미 투자가 세계 시장 점유율 변화에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태양광 모듈 수요 증가에 따라 중국 업체도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국산 제품에 세제 혜택을 주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미국과 EU의 움직임이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강제노동이 자행된다는 비판을 받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태양광 모듈의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전 세계 공급량 중 40%를 차지한다.

바이든 대통령 환영 성명…"미 노동자·소비자·기후의 승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화의 미국 내 태양광 투자 계획에 대해 별도 성명까지 내며 환영했다. 그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을 통해 "미 역사상 최대의 태양광 투자를 하겠다는 오늘 한화 큐셀의 발표는 조지아주 노동자 가족과 미국 경제에 대형 호재"라고 반겼다. 그는 한화의 이번 투자가 자신의 경제계획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화 큐셀의 투자는 조지아주에서 적잖은 임금의 수천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우리가 청정에너지 비용을 낮추면서 기후위기와 맞서 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화의 투자 덕분에 미국이 자국 내에서 첨단 태양광 기술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게 됐다"며 "노동자, 소비자, 기후의 승리"라고 치하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로 만성 적자 탈피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에 태양광 모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이익은 197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소폭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는 큰 폭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둬 영업이익이 32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