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투자의 관심, 기후변화 넘어 생물다양성으로
투자업계, 올해 "생물다양성 리스크 따져야" 주문 기업 상대 생물다양성 이슈 평가·보고 압력도 커져
[ESG경제=이진원 기자] 투자할 때 생물다양성 보호 요소를 간과하지 말라고 글로벌 투자은행 제퍼리스가 최근 경고했다.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들을 상대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조언이다.
제퍼리스의 제안은 지난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2030년까지 지구촌 자연의 30%를 보호한다는 획기적 합의를 한 뒤 한 달여 만에 나왔다. 기후변화 대응과 비교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족했던 투자업계로서는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감안한 투자를 늘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투자업계, 기후변화보다 생물다양성 관심 적어
ESG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조차 생물다양성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은 게 보통이었다. 투자 리서치 회사 모닝스타가 펀드들을 상대로 조사해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짠 펀드 수는 14곳에 불과했다. 반면 기후전략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짠 펀드는 약 1100곳이나 됐다. 운용자산 면에서도, 생물다양성 관련 운용자산 총액은 16억 달러(1.1조원)에 불과했으나 기후변화 관련 운용자산 총액은 3500억 달러(432조원)를 상회했다. 투자업계의 관심이 기후변화 쪽에 일방적으로 쏠려 있었다.
이에 대해 루크 수삼스 제퍼리스 ESG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제 생물다양성 이슈에도 주의해야 한다”며 “COP15에서 합의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Global Biodiversity Framework)’를 유럽에서 실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기업 상대의 생물다양성 이슈 평가·보고 압박 심해져
기업들도 생물다양성 관련 이슈를 제대로 평가하고 보고하라는 압력을 점점 더 받고 있다. 가령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와 같은 새로운 정보 공개 시스템 구축이 활발하게 논의된다.
S&P 글로벌 서스테이너블1(S&P Global Sustainable1)과 유엔환경계획(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도 등 기업이 자연에 가하는 리스크를 측정·분석하는 ‘자연 리스크 프로필(Nature Risk Profile)’이 출시돼 기업과 투자자들의 활용을 기다리고 있다. TNFD 정보 공개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게 목적이다. S&P는 “인류의 경제는 모두 자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전례 없는 속도로 자연이 망가지고 있다”면서 “이런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파악·평가·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퍼리스의 루크 전략가는 “유럽연합(EU)의 기업과 투자자들은 중기적으로 산림 파괴하는 곳으로부터 일체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와 관련된 규제가 에너지·광산·산업 활동 분야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ESG 공시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의 ‘국제 지속가능성 가준 위원회(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는 기업 활동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리스크를 ’기후관련 공시기준(Climate-related Disclosure Standard)‘에 맞춰 투명 공개하도록 하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