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인삼공사 분리상장 거부...주총 표대결 향방은?
KT&G, "분리상장은 지속가능성장에 도움 안돼" 1대주주 국민연금과 외국인투자자가 승패 좌우
[ESG경제=김도산 기자] KT&G(옛 담배인삼공사)의 100% 자회사인 KCG인삼공사를 분리 상장하고 주주환원을 대폭 늘리라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를 KT&G가 거부했다. 이에 따라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정 안건을 놓고 주주총회의 불꽃튀는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플래시라이트 캐피털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펀드들은 KT&G의 주식을 매집한 뒤 KCG인삼공사의 분리상장과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해 왔다. FCP는 이상현 전 칼라일 한국지사 대표가 2020년 만든 사모펀드다. 본사를 싱가포르지만 주요 투자자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다. 현재 KT&G의 지분 1%남짓 갖고 있다. KT&G는 주주 제안을 검토했으나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T&G, “인삼공사 분리, 주주가치 증대 도움 안돼”
KT&G는 지난 26일 투자설명회(IR)를 열고 “인삼공사 분리상장은 실익이 적다고 평가한다”며 “주주환원도 기존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한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외이사도 추가 증원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회사는 2027년까지 3조9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는 등 중장기 성장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KT&G의 고위 관계자는 <ESG경제>에 “KT&G에서 인삼공사를 완전 분리하면 사실상 담배사업만 남는데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기업으로 공격받을 소지가 커져 지속가능한 성장에 반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회사가 담배사업만 하는 반ESG 기업으로 몰리면 주주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며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동주의펀드들은 입장문을 내고 공세를 재개했다. FCP는 27일 “KT&G 경영진은 마치 회사를 자신들의 영토, 주주는 외부의 간섭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몇 가지 점에서는 KT&G 경영진이 사실을 왜곡하고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펀드들은 3월 KT&G의 정기 주주총회를 겨냥해 공식 주주제안을 접수한 뒤 우호 주주 확보에 나섰다. FCP가 지난 19일 제시한 주주제안엔 인삼공사 분리상장과 함께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CP는 주주환원 및 거버넌스 정상화를 위해 주당 배당금 1만원, 자사주 소각과 평가보상위원회 정관 명문화 등도 요구했다.
지분 총 43.9% 외국인투자자가 표대결 좌우
해당 안건들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판가름난다. 주주제안 중 인삼공사의 분리상장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야 통과된다. 만만치않은 비율이다.
KT&G의 주주구성을 보면 최대주주 국민연금(7.4%)에 이어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퍼스트이글(7.1%),기업은행(6.9%)등이 5% 이상 주요주주다. 발행주식의 총 43.9%를 보유 한 외국인 주주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로 안건 통과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대표는 "KT&G의 회사 주주명부를 확보해 외국인과 일반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이를 취합해 KT&G 경영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지난 19일 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주주총회 안건을 공식 접수한 뒤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을 통해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삼공사, 현금성 자산 4천억원 육박
인삼공사는 국내 홍삼시장 1위, 건강기능식품 선두권 기업으로 안정적 실적과 함께 뛰어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특히 현금성 자산이 4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두둑하다. 영업으로만 연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홍삼 판매가 급증했다. 인삼공사의 현금성자산은 2017년 76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 3900억원 대로 크게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10% 선에 불과하다.
모회사인 KT&G의 재무상황도 인삼공사와 비슷한 구조다. 현금성자산이 1조6000억원을 상회하는 가운데 부채비율은 11% 선까지 줄었다. 현금을 주주몫으로 더 돌리고 싶어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군침을 흘리기에 KT&G와 인삼공사 모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KT&G는 일찍이 2006년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칼 아이칸 연합은 KT&G 지분을 6.6%까지 늘리며 2대 주주에 올라 이사회 개편과 주주배당 확대 등을 놓고 세대결을 벌였으나 밀려, 150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