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소유분산 금융회사ㆍ대기업 지배구조개선 다음 수순은?
내부통제 제도개선 TF서 CEO 선임 이슈 논의 KT,포스코는 국민연금,정부 손잡고 압박 가중
[ESG경제=김도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을 언급한 뒤 금융감독 당국이 더 분주해졌다.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및 임원 선임 과정의 문제점 개선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회사 외에도 소유권 분산 정도가 심한 KT와 포스코 등 대기업의 임원 선임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관련 부처가 공동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 신(新) 관치 우려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명분으로 삼아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아울러 은행 등 규제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주주권리 행사) 강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법규 개정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동원될 전망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정치권의 간섭을 차단할 장치가 필요한 만큼,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강화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금융사 거버넌스 개선 정조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과제를 확대해 금융회사 CEO와 임원 선임 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해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을 동시에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현행 제도개선 TF가 내부통제 운영업무는 물론 기업지배구조 이슈에도 정통한 법조계 및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만큼 지배구조 제도개선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이슈에 대해 "우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의 역할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성 이슈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내용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와 방식 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다"고 언급했다.
우리금융 회장 후보 인선 불투명성 부각
최근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 이슈가 급부상한 것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인선 과정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인선 과정을 직접 겨냥해 "적어도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 정도의 기준이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데, 지금 그 절차가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우리금융 회장 인선 과정을 놓고 "주인(지배주주)이 없는 주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한 뒤 3일 최종 후보자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초기의 금융지주사 CEO 교체는 연임 없이 일단락된 가운데 올 11월 임기가 돌아오는 KB금융지주와 내년 임기인 하나금융지주도 연임 없이 CEO 승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KT·포스코는 연기금 '스튜어드십 코드'로 압박
윤 대통령의 주문으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한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과거부터 KT·포스코 등 소유분산 기업의 임원 선임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자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며 3월 주주총회에서 반대표 행사 의지를 피력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은 정부에서 개입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금융사 외 소유권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 이슈는 범정부 차원에서 함께 고민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직접 언급이 나오자 KT와 포스코의 경영진은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결국 KT 구현모 사장을 주총 전에 연임을 포기하고 스스로 용퇴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포스코 최정우 회장도 임기가 1년 남았지만, 그 전에 연임 포기 의사를 표명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