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청정기술산업에 팬데믹 기금으로 2450억유로 지원

미 보조금 맞불로 산업 지원 패스트트랙 지정 산업 보조금 제한규정 완화 '25년까지 연장 추진

2023-02-03     이신형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사진=flickr

[ESG경제=이신형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청정기술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해 1일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을 발표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전환을 주도해 온 EU는 미국의 IRA 제정으로 회원국의 청정기술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IRA는 미국 내 태양광 모듈과 풍력발전 터빈, 전력망 대응 배터리 등의 생산과 미국산 관련 제품 설치, 미국산 전기차 구매 등에 총 3690억 달러(약 455조원)의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에 앞서 중국도 보조금 지급을 무기로 자국산 태양광 모듈 산업을 육성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이런 추세면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를 포함한 태양광 핵심 제품의 중국산 점유율은 수년 내 95%를 넘어설 전망이다.

EU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추진할 ‘그린딜 산업계획’은 ▲청정기술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자금조달 ▲인적자원 개발 ▲교역의 네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은 EU집행위원회의 발표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한 ‘그린딜 산업계획’의 개요다.

청정기술산업 패스트트랙 지정...규제도 완화

청정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EU에 공장을 지을 때 패스트트랙이 적용돼 설립 절차와 기간이 단축된다. 해당 업종은 ▲탄소포집저장 ▲재생에너지 ▲재생수소 생산 설비 ▲배터리 등이다. 이중 재생에너지 분야는 이미 에너지 자립을 위한 ‘리파워EU’ 정책 추진되면서 패스트트랙의 적용을 받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청정기술 기업의 신속한 사업 추진과 전략적으로 필요한 사업 추진 확대, EU 전역에 걸친 기술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탄소중립산업법(Net-Zwro Industry Act)’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청정산업 육성에 필요한 희토류 등 필수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 Act)이 발의되고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하락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전력시장 개편도 추진된다.

보조금 정책

EU는 공평한 단일시장을 위해 회원국이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국부의 차이에 따라 보조금 지급 규모가 달라지고 국가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 공세가 거세지자 EU 집행위는 회원국이 자국 청정기술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보조금 지급 완화 조치를 2025년까지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국가 간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EU가 조성한 8000억유로 규모의 코로나 팩데믹 복구 기금 중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회원국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팬데믹 복구 기금에 남아 있는 돈에서 2250억유로(약 301조원)는 대출 재원으로 사용되고 200억유로(약 26조8000억원)는 보조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EU 회원국들이 8000억원의 코로나 팬데믹 복구 기금을 조성한 것처럼 유럽주권기금(European Sovereignty Fund)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유랙티브의 보도에 따르면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이미 개별적으로 자국내 청정산업 지원안을 마련했다. 독일은 1000억 유로(약 134조원), 네덜란드는 450억 유로, 프랑스는 10년에 걸쳐 55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포함하면 유럽은 이미 2500억~2800억 유로를 청정기술 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탄소중립산업법‘ 제정과 ’유럽주권기금‘ 조성을 통해 EU 공통의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적자원 개발 및 교역

EU 집행위는 EU 회원국들과 함께 청정기술산업 육성에 필요한 인력 수급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인력 공급 목표를 세우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또 자동차와 농식품 분야 등 14개 산업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존 인력의 교육 훈련이나 다른 업종 종사자의 재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EU의 녹색산업 종사자는 2000년 320만명에서 2019년 450만명으로 늘었다. 2025년까지 배터리 업종에서만 80만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EU 집행위는 필수 원자재 수요자와 자원 부국이 안정적인 필수 원자재 수급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필수 원자재 클럽(Critical Material Club) 결성을 추진하는 한편, 자원부국인 칠레와 멕시코, 뉴질랜드, 호주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EU 단일 시장의 경쟁 질서를 왜곡하는 다른 나라의 보조금 지급 행위에 대한 대응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