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반ESG 공세로 투자 수익률 저하 우려
대형 금융사, 애뉴얼 리포트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
[ESG경제=이신형기자] 월가의 대형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는 미국 공화당의 반ESG 공세에 대해 투자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중대한 위험(material risk)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ESG투자를 선도하는 블랙록을 비롯해 블랙스톤과 KKR, 티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 등은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애뉴얼리포트에서 ESG투자에 관한 “엇갈린 견해” 또는 “상반된 요구”가 재무제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주지사나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 같은 거물 공화당 정치인들,그리고 공화당 집권 주 정부가 ESG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에 대한 반응이다. 특히 이날 공화당 주도로 연기금의 ESG투자를 금지하는 결의안이 상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연기금과 근로자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기후변화 대응 등 ESG요소를 고려해 투자처를 선택하고 주주총회에서 대리투표 등을 통해 ESG 관련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미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허용했다.
이에 반발한 공화당이 연기금의 ESG요소 기반 투자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제출해 찬성 50표, 반대 46표로 상원을 통과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공화당의 의도대로 노동부 규정을 무력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주요 자산운용사ㆍ사모펀드 등 우려 표명
FT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애뉴얼리포트에서 화석연료 산업 투자 중단에 대한 일부 주 정부의 조치가 매출이나 펀드 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칼라일과 TPG, 아레스 등 사모펀드도 애뉴얼리포트에서 미국에서 반ESG 공세가 탄력을 받고 있지만 이와 관련 입법이 펀드 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집권 주에서는 ESG요소를 고려해 투자하는 자산운용사에 주 연기금이 자산을 위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고 일부 주에서는 법 제정이 마무리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이런 반ESG 정책의 주 정부가 지난해 자산운용사에서 약 40억 달러(약 5조2000억원)의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블랙록과 경쟁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ESG투자 탓에 지난해 12월 텍사스주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 질타를 받았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애뉴얼리포트에서 일부 주 정부로부터 ESG투자에 관한 정보 제출 요구를 받았다며 ESG투자에 관한 조사가 정치 쟁점화하는 가운데 자사에 평판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ESG 공세에 대한 우려는 자산운용사를 넘어 금융권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그룹 US 뱅코프도 ESG투자에 관한 “상이한 견해”가 자사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ESG 평가기관인 모닝스타는 ESG투자에 대한 정치권 질의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주에서는 반ESG 입법이 좌초하기도 했다. 석탄 산업의 비중이 큰 와이오밍주 의회는 지난주 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자산운용사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2개 법안을 부결시켰다. 와이오밍주 정부 관계자들은 이 법안이 부당하게 연기금의 투자 기회를 제한하면서 기금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