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ESG투자 지지가 미국 여론 대세

와이오밍ㆍ아리조나 주 등 연기금 ESG투자 금지 법안 부결 저스트캐피털 여론조사도 공화당 반ESG 정책에 부정적

2023-03-06     이신형 기자
반ESG 공세를 주도하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주지사. 게티이미지=연합뉴스

[ESG경제=이신형기자] 다수의 미국인은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연기금의 ESG투자 금지 조치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성과 측정 플랫폼 저스트 캐피탈(JUST Capital)은 3일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 폴(The Harris Poll)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 연기금의 ESG투자 금지는 지나치게 정치적이며 주주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답변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ESG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소수에 불과했으나, 환경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가 더 바람직한 투자라고 답한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저스트 캐피탈은 “투자자들이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금융서비스 제공업체(수탁기관)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투자 결정을 내리길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석했다. 

응답자들은 또 주주중심 경영을 하는 기업보다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 환경과 같은 요소를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을 추구하는 기업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은 직원의 복지가 더 나은 고객 서비스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저스트 캐피탈은 얼마나 많은 응답자가 이런 답변을 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공화당 지지자가 더 반대

이에 앞서 최근 펜실베니아주립대학과 홍보대행사 ROKK솔루션이 지난해 6월 1261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조사에서는 연기금의 ESG투자가 아닌 기업의 ESG 투자에 법적인 제동을 거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3%가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ESG투자를 제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의 57%가 반대 입장을 밝혔고 공화당 지지자 중 70%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의 반ESG 공세에 공화당 지지층이 더 강하게 반대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ROKK 솔루션은 "민주당 지지층은 ESG 투자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기업의 ESG 관련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과 기업 활동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보고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반ESG 공세에 제동 걸리나

저스트 캐피탈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의 반ESG 공세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와이오밍주와 노스다코타주, 아리조나주, 켄터키주에서 연기금 ESG 금지 입법이 좌절됐다.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주지사 같은 거물급 공화당 정치인과 영향력 있는 보수 단체, 주요 기업 경영진, 금융기관 단체 등이 잇따라 이런 규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폭스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수누누 지사는 지난달 13일 반ESG 공세를 주도하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주지사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보수주의자가 오크(woke) 문화 또는 자본주의를 응징하는데 정치 권력을 하용하는 것에 저항해야 하며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누누 지사는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올들어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론 드산티스 지사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저스트 캐피탈의 마틴 휘태커 CEO는 “지금은 (정치인들이) 이 문제(연기금 ESG투자)에 대해 대중이 어떻게 말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