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사람들] 악성 폐기물이 무한 재생자원으로 탈바꿈…테라블록 권기백 대표

폐기물 재생 소재로 온실가스 최대 90% 저감 우수 기술력과 품질로 선순환 재활용 가치 실현 ESG 중시 대기업서 주문 쏟아져 즐거운 비명

2023-03-07     이가은
‘테라블록’의 권기백 대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 받은 폐기물 재활용 TPA 생산업체다. 사진=이가은

[ESG경제=이가은 기자] 각국의 환경 규제로 인해 재활용 의무화가 강화되면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 비율을 크게 높이고 재생 품목을 추가하고 있다. 기존 물리적 재활용은 지속성의 한계로 고순도 고품질 제품에 적용이 어렵고, 안전 관련 제품에는 적용하기 힘들어 전세계적으로 화학적 재생 소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테라블록은 폐기물에서 재생한 소재를 파는 순환적 재활용 기업이다. 플라스틱 중 생산량과 폐기량이 가장 많은 PET(페트)를 재활용한다. 폴리에스터나 복합사업장 폐기물을,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전 단계 소재인 TPA(텔레프탈산)와 EG(에틸렌글리콜)로 되돌려 재생 단량체를 판매한다.

이 회사 권기백 대표를 인천 환경산업연구단지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SG의 가운데 '환경’ 기준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리적 재활용을 이용한 재생PET칩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안전이 연관된 품목에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대부분 소비재 제품으로 재활용되는데 결국 복합소재가 되거나 색이 입혀지면서 추가 재활용이 힘든 상태가 됩니다. 신제품과 차이가 없는 고순도 재생 소재로 제품을 만들고 복합, 유색 제품도 다시 재생소재로 변환될 수 있다면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순환적 재활용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해중합 기술을 통해 플라스틱 고분자를 분해해 TPA와 GE를 얻는다. 사진=이가은

◇ 재활용 TPA, 공정 전 과정에 환경적 효과 고려

재활용 r-TPA는 석유에서 추출한 기존 TPA 대비 최소 90%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고, 매립 및 소각 대비 최소 50% 저감효과가 있다. 폐기물 재활용 공정 과정에는 환경성과 경제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테라블록이 취급하는 폐기물은 폐플라스틱, 폴리에스터섬유, 필름 폐기물, 사업장 폐기물 등 악성 폐기물이 주를 이룬다. 환경적 요소는 물론이고 폐기물 수거 비용 수익을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비싼 투명 페트 대신 악성 폐기물만 씁니다. 악성 폐기물의 소재화는 매우 어려워 이를 다루는 업체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희소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처리가 어려운 환경 폐기물 난제를 해결하는 보람도 있고요.” 

재활용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적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대처도 필요하다. 플라스틱 고분자 분해를 위한 해중합 기술은 보통 섭씨 250도의 고온과 20-45의 고압이 필요하다. 환경 규제물질은 촉매제로 상용화되지 못했다. 어떤 기업의 경우 한 번의 공정을 마치는데 150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환경을 지키는 것은 돈을 아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폐수를 줄여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온도를 줄여 전기세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테라블록은 공정의 전 과정에서 섭씨 100도 이하의 저온을 사용하며, 발생하는 ‘열’도 회수하여 재활용합니다. 폐기물을 분쇄만 하여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색상 선별, 세척, 건조, 전 처리 과정을 생각하여 공정을 간소화했습니다. 사용되는 화학 용매는 300번까지 다시 쓸 수 있어 환경오염을 덜고 있죠.” 

테라블록이 만든 폐기물 재생 소재 TPA(좌)와 분쇄된 폐기물(우). 사진=이가은

◇ 해중합 기술력에 특화... 품질 좋아 국내외 러브콜

권 대표는 광고 회사 출신이다. 친환경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환경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표는 환경 문제 해결은 보여주기 식의 광고, 마케팅 캠페인이 아닌 과학적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시장의 이해와 기술력이 전무한 사업 초기에 많은 연구기관, 대학을 찾아다니며 환경 문제 해결 기술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폐플라스틱은 생산성과 경제성 측면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선택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었습니다. ‘카이스트 오픈 벤처 랩’의 교수님 자문을 통해 공정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완성도가 높은 ‘해중합 기술’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3대 재활용 기술(열분해, 해중합, PP재활용) 중 하나로 가장 적합성이 높은 기술입니다. 기술의 원천은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이전 받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4명의 자체 연구원을 통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요.”

TPA는 세계 석유 화학 분야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대규모 시장이다. 국내 5개 회사에서만 생산한다. 대중에서 친숙하지 않은 시장인 만큼 일반 투자자보다 해당 분양의 이해도가 높은 투자회사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소개한다. 테라블록은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SKC 신기술 공모전 등 16건의 크고 작은 관련 분야의 수상과 3건의 투자 유치 실적을 쌓았다. 고객사는 세계 1,2위 하는 업체를 포함한 국내외 내로라 하는 대기업이 주류다.

“대부분 고객사가 먼저 제안을 줍니다. 수요처는 용기,필름,섬유 분야의 대기업입니다. 페트병을 깨끗하게 세척하여 펠릿(물질을 압축하여 만든 작은 조각을 말한다.)을 만들어도 모든 품목에 적용할 수는 없는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PET 이전의 더 순수한 소재를 쓰면 수요처에서 순도를 따지지 않고 편하게 쓰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필름 분야의 경우 투명도가 중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사용되어 약간의 트러블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고가에 판매됩니다. 향후 품목을 다양화하고 국내 수요량을 감당하기 위해 연간 3000톤 이상 생산설비 스케일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천 환경산업연구단지의 테라블록 파일럿 공장. 이곳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 사진=이가은

◇ 국내외 재생 소재 사용의 활성화

테라블록의 r-TPA 생산량은 연간 평균 300톤으로 어떤 수요처에서는 이틀이면 모두 사용해버릴만한 양이다. 국내 총 생산량이 평균 400만~500만톤임을 감안하면 미미하다. 주문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수요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도 주문도 이미 꽉 찼다. 고품질 재생 소재에 대한 기업의 니즈가 급증하고 있다.

“모든 주문을 소화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인천 환경산업연구단지 소재 파일럿 공장에서는 작은 규모의 시험운전을 하고, 올해 전남 여수에 본격적인 생산업무를 위한 설비 세팅이 한창입니다. 6월 생산 시작이 목표입니다. 여수에 지사 설립과 함께 공장 생산직을 포함한 인력 확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편리한 자원이다. PET병 이외에도 섬유, 페인트, 자동차, 의료장비, 식품 등 우리 주변과 산업계 전반 어디서 접할 수 있는 필수재가 됐다. 권 대표는 "이러한 플라스틱을 환경 오염없이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테라블록의 비전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재활용과 재생소재에 대한 권 대표의 참신한 시각과 사업을 해 ESG경영의 실천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환경 오염없이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드는 일은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테라블록은 올 상반기 세계 최초 해중합 기술 상용화 r-TPA 톤(ton) 단위 양산 및 사업화의 성공을 앞뒀다. 수요처들과 함께 해외 주요 국가로의 진출도 준비 중이다. 환경적,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한 테라블록의 비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