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그루의 나무 심기는 ‘그린워싱’ ?

英 FT, "1조 그루 심기는 땅 부족 등으로 불가능" 각국 약속한 식목 넓이 633만㎢로 中국토의 66% 올바른 조림으로 숲 키우고 생물 다양성 높여야

2023-04-14     김도산 기자
세계적 인류학자 제인 구달도 1조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에 참여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사진=픽사베이

[ESG경제=김도산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녹색 지구(Green Planet)’를 만들기 위한 나무 심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엔과 세계경제포럼의 주창으로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1억 그루 나무심기 캠패인'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과도한 목표 설정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을 의심 받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너도나도 조림에 나서면서 종자 부족 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1조 그루 나무의 환상’이란 기사에서 각국 정부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약속한 식목 넓이가 6억3300만 헥타르(630만㎢)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보다 더 넓다. 중국 영토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1조 그루의 나무는 인류가 이미 배출한 탄소(300기가톤)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기가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약속과 추정효과는 진실과 거리가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나무를 심어 탄소 감축과 생물 다양성 보전을 통해 생태계를 개선하는 목표는 당연히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나무를 심을 땅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나무의 탄소 저장 능력이 예상만큼 될 수 있을 지 현실적 한계를 따지지 않는다고 FT는 지적했다. 나무 심기가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올바른 방법으로 제대로 심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FT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대 케이트 둘리 전임강사는 1조 그루의 나무를 심는 데 12억 헥타르(1,200만㎢)의 땅이 필요한데,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땅이나 버려진 땅이 이만큼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적극 관리하는 전 세계 토지의 절반가량이 가축 방목에 쓰인다. 또 육지의 최소 70%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만큼 추가로 나무를 심을 곳이 그리 넓지 않다는 얘기다. 심어진 나무는 대부분 묘목 상태에서 죽기도 한다.  성장하더라도 건축자재나 종이 원료로 쓰여 탄소저장 효과 또한 기대 이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남미 아마존을 필두로 매년 470만 ha(4만7천㎢, 한국의 절반)의 숲이 사라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 변화가 인류사회에 중대한 위협이며 이를 탄소 배출량 감축으로 해결해야 하므로 나무 심기가 그래도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틀리지 않다. 하지만 무작정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많이 심기보다 유실수는 물론 자생적이고 비실용적인 나무와 관목 등이 두루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생물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멜버른대의 둘리 전임강사는 “단순하게 나무 심기를 통해 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종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될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처럼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뜻한다.

1조 그루 캠페인은 미국과 아마존, 인도 등지에서 기존 숲 보전과 재조림으로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겠다며 세계경제포럼(WEF)이 2021년 1월 발표한 계획이다. 이후 유엔이 지원을 약속했고, 미국에서는 1조 그루 캠페인에 동참하는 의미로 ‘1조 나무법(Trillion Trees Act)’을 하원이 발의하기도 했다.

법안에 따라 미국은 30년간 매년 33억 그루씩 총 1000억 그루를 심어 탄소를 흡수하고, 목재 수확량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이 법안을 두고, 기후 행동을 빙자해 벌목 산업을 보호하려는 그린워싱이라고 비난했다. 아직까지 법안 통과는 보류 상태다.

1조 그루의 나무심기가 말로만 그치는 '그린워싱'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