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환경장관들, 일본 기후대응전략 “실효성 없다” 지적

일본의 암모니아 사용에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강력 비판 日 장관, “오염수 방류 환영받았다” 말했다가 망신살

2023-04-18     김도산 기자
일본 정부의 경제산업상이 16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G7 기후환경장관 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이 (G7의) 환영을 받았다"는 식의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도산 기자] 일본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기후대응계획을 내놨다가 선진 7개국(G7) 기후환경담당 장관들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 등이 (G7의) 환영을 받았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았다가 현장에서 곧바로 반박에 직면하는 망신을 당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15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G7 기후·에너지·환경장관 회의에 앞서 일본의 기후대응 계획에 관한 정밀 조사가 이뤄졌으나 해당 계획은 참가국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번 회의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G7이 모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일본은 이번 회의를 통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관해 기술과 자금지원 측면에서 핵심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일본이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 전환) 정책을 통해 기존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면서 가스나 석탄과 함께 암모니아를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 때문에 각국 정부와 환경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일본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는 암모니아 자체는 온실가스가 아니지만 암모니아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사용되므로 아직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상업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가리켜 “아시아 전역의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주도하려는 일본의 노력이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영국 프랑스 캐나다의 환경장관들은 성명 초안에서 일본이 암모니아와 수소를 저탄소 연료로 홍보하는 표현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했다. 프랑스의 지지를 받는 영국은 암모니아의 사용이 2050년까지 파리협정 목표 온도인 1.5도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허용할 것을 성명에 추가하도록 요청했다. 캐나다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효과적인' 배출량 감축 방법이 아니라 '잠재적인' 방법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외신과 국제단체, 일본의 탈탄소 노력에 의구심 

그렇지만 영국과 캐나다의 요청이 모두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서 기후변화 대응전략에 대한 G7의 공동 노력에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초안 본문에 따르면, 영국은 2035년까지 일본의 국내 석탄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제안했으나 일본은 이에 반대했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발전소의 일부 석탄을 암모니아로 대체하기 위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발전소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영국의 싱크탱크 트랜지션제로(TransitionZero)는 암모니아 20%와 석탄 80%를 함께 태우는 발전소는 ‘탄소배출 넷 제로(net zero)’ 목표에 도달할 만큼 배출량을 줄이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인테그레이트(Climate Integrate)의 창립자인 히라타 키미코는 “일본의 녹색 전환은 (겉으로는) 그럴듯하고 해롭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탈(脫)탄소보다는 자국 산업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포함한 암모니아의 가장 큰 지지자는 미쓰비시중공업, 중장비 제조업체 IHI, 세계 최대의 LNG 구매업체 제라(Jera) 등 일본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업이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G7 기후·에너지·환경장관 회의는 16일 삿포로에서 이틀 간의 일정을 끝내고 폐막했는데, 의장국인 일본의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바다 방출에 대해 G7의 환영을 받았다는 내용을 언급했다가 곧바로 면박을 당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G7 공동성명에 ‘오염수 방류 환영’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기자들에게 국제사회가 마치 오염수 방류를 환영하는 것처럼 언급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포함한 폐로의 꾸준한 진전, 그리고 과학적 근거에 근거한 일본의 투명성 있는 대처가 (G7장관들로부터) 환영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독일의 슈테피 렘케 환경·원자력안전장관은 곧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오염수 방출을 환영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G7 공동성명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하는 일본의 투명한 노력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오염수 방류’를 환영하는 게 아니라 ‘안전성 검증 과정’을 지지한다는 의미였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 뒤 취재진에 “내가 말을 잘못해 (오염수 방류까지) ‘환영’에 전부 포함시켰다”며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아전인수’식 설명에 대한 독일 장관의 반응을 ‘반발(反発した)’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