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실사법 적용 기업 확대 법안 EU의회 법사위 통과

도입 첫해 직원 수 250명, 매출 4000만유로 초과 기업에 적용 금융기관에도 추후 적용할 듯...대한상의, "한국기업 대응 미흡"

2023-04-27     이신형 기자
유럽의회 로고. EPA=연합

[ESG경제=이신형 기자]  공급망실사법의 적용 대상 기업을 직원 수 250명, 매출 4000만 유로 초과 기업으로 확대하는 수정안이 26일 유럽의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유럽의회는 이 법안이 찬성 19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공급망실사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제품의 생산ㆍ유통 등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 노예노동이나 아동노동, 임금 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 오염,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훼손, 산업 재해, 직원 건강 위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당 기업은 또 지구 온도 상승 폭을 파리협약이 정한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준수해야 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급망에 속한 기업은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판매나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까지 포함한다.

당초 EU 집행위원회가 발의한 법안은 당초 1단계로 내년 직원 수 500명 초과, 매출 1억5000만 유로(약 2025억원) 초과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시행 2년 후 직원 수 250명, 매출 4000만 유로 초과 기업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비EU 기업도 EU내 매출 4000만 유로 초과하면 적용

하지만 수정안은 도입 첫해부터 직원 수 250명, 매출 4000만 유로 초과 기업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직원 수가 500명을 초과하고 전 세계 매출이 1억5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모기업에도 공급망실사법이 적용된다. 비EU 기업의 경우 EU 매출이 4000만 유로를 초과하고 전 세계 매출이 1억5000만 유로 이상인 기업에 이 법이 적용된다.

유럽의회에 따르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고 EU는 법 위반 기업을 제재할 권한이 있는 감독기관을 설립하도록 했다. 법을 위반할 경우 기업이 지불할 벌금은 최소 전 세계 순매출의 5% 수준이다. 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외국 기업은 EU의 공공 구매제도 참여가 금지된다.

또한 기업들은 인권 운동가나 환경 활동가를 포함한 기업의 활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이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모든 기업들은 파리협약의 목표에 부합하는 전환 계획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특히 직원 수 1000명 이상인 기업의 이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보너스 등 보상체계를 통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유럽의회의 라라 볼터스 조사위원은 “기업이 인간과 지구를 존중하도록 구속력 있는 규칙을 제시하는 데 폭넓은 합의가 이루어져 기쁘다”며 “기업은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피해를 막고 피해가 발생하면 해결해야 한다. 기업이 법을 지키기 않으면 제재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번에 유럽의회 법사위를 통과한 수정안은 금융기관에도 공급망실사법을 적용하도록 했으나, 자산운용사에게는 일부 예외가 적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수정안은 6월1일로 예정된 유럽의회 전체회의의 표결과 EU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결정된다.

공급망 실사법에 취약한 수출 기업 110개

국내 기업들도 EU의 공급망실사법 도입을 주시하고 있으나, 대응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123개 중소기업을 포함해 300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 올해 가장 큰 ESG 현안은 공급망 실사라고 응답한 기업이 40.3%를 차지했으나, 원청사의 48.2%, 협력사의 47%가 대응 조치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IBK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소기업도 원청사가 적용 대상인 경우 실사 지침(실사법)의 영향권에 있다"며 "섬유와 농립어업, 원자재, 철강 생산, 유통 등 환경과 인권 문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업종은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는 공급망실사법에 취약한 수출기업은 110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이런 고영향 업종은 공급망 실사 수행을 위한 비용과 잠재적 소송에 의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공급망 실사에 따른 제도 정비와 자료 제출, 인력 및 설비 추가 등으로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