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긴장되겠네...日 도요타ㆍ혼다 전기차시장 '가속 페달'

하이브리드 치중하던 도요타, 전기차 전환 본격화 '30년까지 350만대 생산... 앞선 현대차와 엇비슷 혼다, '40년까지 자동차 전 생산라인 전기차로 전환

2023-05-03     이진원 기자
도요타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bZ4X. AP=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자동차 업계가 본격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전기차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 그동안의 부진을 서둘러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늘릴 경우 가격 하락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내연기관 엔진으로부터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결국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도요타는 최근 10종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전기차 생산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150만 대로, 2030년까지는 350만 대로 늘린다는 포부다.

도요타에 배터리를 공급해주는 프라임플래닛에너지앤솔루션(Prime Planet Energy & Solutions)은 이 같은 일정에 맞춰 배터리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각각 51,49%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로, 테슬라 전기차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도요타보다 1년 앞선 2021년에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선보인 현대차그룹의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는 364만 대로 도요타의 판매 목표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아이오닉5와 6, EV6, 제네시스 GV60까지 4종의 전기차를 판매 중이며 이번 달 3일부터 국내에서 사전 계약을 실시한 EV9까지 포함하면 5종의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에 도요타보다 20종 이상 많은 총 31종 전기차 라인업 구축을 목표로 잡았다.

도요타, 전기차 생산 및 판매 모두 늘린다 

도요타의 경우 지난 회계연도(올 3월 종료) 중에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27%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차량 대부분이 100%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여전히 내연 엔진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를 주요 동력원으로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판매량은 이 중 일부에 불과하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도요타는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까지 포함해서 불과 3종의 전기차 모델만 판매 중이며, 지난해에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만 5,000대도 채 안 된다. 지난달에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할 첫 전기차 세단 주문을 받기 시작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도요타가 투자자와 환경단체들로부터 테슬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것도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기업의 비즈니스와 재정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인플루언스맵(InfluenceMap)은 ‘기후정책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세계 10대 기업’에서 도요타를 10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존 포데스타(John Podesta) 백악관 고문은 2일 도요타 경영진과 회담 후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였지만 이제는 이 분야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에 “도요타가 당분간 다른 기업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랫동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고집하겠지만 전기화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다, 2040년까지 전기차로 완전 전환 계획 

혼다도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26일 혼다는 204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라인을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FCEV)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2030년까지 매년 200만 대가 넘는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혼다는 이틀 뒤인 28일에는 일본 배터리 제조사인 GS유아사(GS Yuasa)와 일본 경제산업성(METI)과 함께 일본 내에서 새로운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건립을 위해 4,340억 엔(약 4.2조 원)을 공동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35%는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는다. 생산 목표 시기는 2027년이다.

이보다 보름 전인 11일에는 포스코그룹과 ‘전기차 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존 철강 부문 협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서도 새로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자동차 통계 사이트인 F&I툴스(F&I Tool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는 도요타고, 혼다와 닛산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는 폭스바겐이고 현대차그룹의 순위는 3위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기관인 비주얼캐피탈리스트의 자료(아래 표)를 보면, 일본 자동차 중에서 세계 전기차 생산량 순위 15위 안에 이름을 올린 건 닛산 한 곳에 불과하다.

출처: 비주얼캐피탈리스트 홈페이지 

닛산은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통해 이같이 순위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래 봤자 순위는 10위에 턱걸이했다. 판매량은 판매 순위 1위인 중국 비야디(BYD)의 5분의 1도 채 안 된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생산량 순위 2위는 테슬라이고 현대차그룹은 6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