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너무 쓰니 세금 내라”...美 암호화폐 채굴세 부과 논란
백악관, 비트코인 채굴 전기료에 30% 징벌세 마련 업계 강력 반발...“지속가능 에너지로 사용 중” 강변
[ESG경제=이승훈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이 쓰는 전력의 최대 30%에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런 과세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세금의 공식 명칭은 ‘디지털 자산 채굴 에너지(DAME·Digital Asset Mining Energy) 특별소비세’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이달 들어 홈페이지를 통해 과세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세 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2024년 회계연도 예산안에도 포함되어 있다.
CEA는 “암호화폐 채굴의 경제적·환경적 비용을 고려해서 특별소비세 부과를 결정했다”면서 “현재 암호화폐 기업들은 지역 환경 오염, 에너지 가격 상승, 온실가스 배출 확대로 기후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들은 관련 주민이 입는 피해에 대해 보상하지 않고 있다”며 과세 배경을 설명했다. CEA 추정으론 과세 규모가 10년간 최대 35억 달러(4조6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코인 채굴, '전기 먹는 하마' 논란
CEA가 인용한 4월11일자 미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암호화폐 광산 34곳의 전력 사용량은 주변 300만 가구가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또 지난해 미국에서 암호화폐 채굴 용도로 사용된 전력량은 미국 내 모든 가구의 컴퓨터와 거주용 조명을 켜는 데 쓰인 전력량과 비슷했다.
<미국 거주용 전력과 암호화폐 채굴용 전력의 사용량>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대로 암호화폐 채굴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이더리움 같은 다른 암호화폐보다 채굴 소요 전력량이 많은 비트코인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EA가 지난 3월 이 같은 과세 방안을 처음 제안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때문이다.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등 미 지역은행 발 위기로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며 꾸준히 올라 10일 오전 현재 비트코인은 2만7000달러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채굴업계는 반발
채굴세를 내면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 채굴업체들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업계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암호화폐 채굴이 CEA가 주장하는 것만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의 상당 부분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의존한다는 주장이다.
션 스타인 스미스(Sean Stein Smith) 뉴욕시립대 리먼컬리지(City University of New York – Lehman College) 교수는 4일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암호화폐 업계는 이미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상당 수준 이동했기 때문에 암호화폐 채굴세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신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CES가 홈페이지에서 “암호화폐가 널리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증거가 아직 불충분하다”는 주장을 했지만, 암호화폐 업계는 이에 대해 "암호화폐가 경제적 포용성, 보안성, 투명성 확대란 사회적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스미스 교수가 인용한 ‘비트코인 채굴위원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쓰인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등 지속가능 에너지 비중이 64.8%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에너지부 조사 결과, 미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20% 정도만 지속가능한 에너지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채굴 시 쓰이는 에너지 중에 지속가능 에너지 비중이 오히려 훨씬 더 높다는 것이다. 스미스 교수는 “암호화폐 업계를 비난만 하기보다는 정책당국자들은 에너지 환경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임스 브로겔(James Broughel) 규제문제 전문 이코노미스트도 앞서 3월 15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전기 사용량보다는 암호화폐 채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며 체굴세를 비판했다. 암호화폐 채굴업계가 지속가능 에너지를 많이 쓰므로 과한 불이익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채굴세 없는 지역으로 도피할 수도
업계에서는 채굴세율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채굴업체들이 채굴세가 아예 없거나 세율이 낮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CEA가 환경오염 방지를 명분으로 암호화폐 채굴세를 부과하더라도 실제 환경 오염을 막는 과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벤처펀드인 캐슬아일랜드벤처스(Castle Island Ventures)의 창립파트너 닉 카터(Nic Carter)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 정부도 채굴업체들의 해외 탈출을 예상하지만 실제로 이를 막을 방도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정보 사이트인 인베스토피아는 미 뉴욕이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했고, 이에 앞서 중국은 2021년 암호화폐 채굴을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