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5.7조원 자구안…정승일 사장 사의 표명

2021~22년 누적적자 38조원...올 1분기도 6.2조원 적자 전기요금 인상 전 고강도 자구책 마련...임금인상분 반납 여의도빌딩 등 알짜 부동산 매각... 234개 지점 축소도

2023-05-12     김도산 기자
전남 나주의 한국전력 본사.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도산 기자]  한국전력은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빌딩 등 부동산 매각, 전체 임직원 임금 동결 추진 등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 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12일 밝혔다.

정승일 사장은 이날 자구안을 발표한 뒤 정부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냈으며, 2021년 6월부터 한전 사장으로 일해왔다.

한전은 12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정승일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발표했다. 자구안 규모는 지난 2월 발표된 재정건전화 계획 20조1,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 2021∼2022년 2년 간 탈원전과 에너지가격 상승, 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 등으로 한전의 누적 적자가 38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한전이 먼저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한전은 올 1분기에도 6조1,77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누적적자는 44조원을 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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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서울 요지 알짜 부동산으로 합산 가치가 조 단위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의 매각 추진을 자구안에 새로 담았다. 이 건물 지하에는 변전시설이 있어 그간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정부·여당의 실효성 있는 추가 자구안 마련 압박 속에서 한전은 변전시설을 뺀 상층부를 떼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밖에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3개층 등 전국 10개 사옥의 외부 임대를 추진해 추가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임직원 임금 동결을 통한 고통 분담도 새 자구안에 담겼다. 한전 및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10개 자회사의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 4,436명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하고, 3급(차장급) 4,030명은 인상분 절반을 반납한다.

또 '노조와 임금 동결 및 인상분에 관한 협의에 착수한다'는 내용도 자구안에 담겨 6만2,000명에 달하는 전체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분을 반납하는 방안이 추가로 추진된다.

이 밖에 전국 18개 지역본부 산하 234개이던 지역사무소를 주요 거점 도시 중심으로 조정하고, 지역 단위 통합 업무센터를 운영하는 등 조직을 축소 운용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안도 자구안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