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투시경] ① CFD 사태로 본 ‘투자 리스크’

산이 가파르면 낭떠러지 도사릴 위험도 커 증권이든 부동산이든 브로커는 친구 못 돼

2023-05-15     김상민 기자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투자의 세계에도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ESG경제=김상민 기자] ‘인생이란 나그네길’과 ‘자연을 찾는 산행길’에는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오르막이 가파르면 내리막도 가파르기 마련이다. 줄곧 평탄한 길은 없다.

예전에 출세 가도를 달리며 선망의 대상이 됐던 관료가 있었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장관까지 오른 그는 훗날 묘한 사건에 연루돼 법정에 섰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인생도 부침을 거듭했던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정말 앞만 보고 남보다 빨리 올랐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눈앞에 낭떠러지가 놓여있더군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니, 발밑의 돌부리를 조심하면서 주변 풍광도 둘러보고 그러세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발 폭락 사태를 보며 문득 그의 말이 떠올랐다. 지난 4월 24일부터 하한가 행진이 시작된 이후 3주 만에 관련 기업 9개 종목(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세방, 선광, 다우데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CJ)의 시가총액이 9조원 증발하고, 증권사들의 시가총액도 4조원이 사라졌다.

금융당국은 주가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차익결제거래(CFD) 계좌 약 3400개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연계 여부의 조사에 나섰다. 주가조작의 주범들도 연이어 구속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작전세력에 당한 투자자들은 잃은 돈을 만회할 길이 없어졌다. 특히 CFD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 사람이 많아 안타까울 뿐이다.

CFD(Contract For Difference)란 주식 등을 갖지 않아도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파생상품 중 하나이다. 예컨대 일반 투자자는 1주에 10만 원짜리 주식을 10만 원을 줘야 살 수 있다. CFD에서는 증거금률이 40%라고 증거금 4만 원으로 10만 원짜리 1주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만약 주가가 15만 원이 되면 수익률이 일반투자자는 50%(5만/10만)가지만, CFD 투자자는 125%(5만/4만)가 된다. 반면 주가가 5만원으로 떨어지면 수익률은 일반투자자가 마이너스 50%(-5만/10만)인 데 비해 CFD투자자는 마이너스 125%(-5만/4만)가 되어 증거금 4만원도 날리고 추가로 1만원을 더 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증권사는 차액 정산을 위해 투자자에게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데, 투자자가 이를 내지 못해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로 청산한다.

CFD는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수익과 리스크는 반드시 함께한다’는 걸 보여준다. 산을 오른 높이만큼 다시 내려가야 하듯이, 단기간에 두 배 벌 수 있다면 단기간에 반토막이 날 수 있다. 900% 상승한 종목은 90% 하락할 수 있다.

어느 증권 브로커가 “어느 종목이 좋은 재료가 있어 단기간에 급등할 것”이라고 전화해줬다면 그게 진실일까? 그 정보가 진짜라면 그 증권 브로커는 자기 부모님은 물론 배우자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돈을 몽땅 투자할 것이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가장 빨리 돈을 날리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대박’을 터뜨릴 물건만 찾아서 집중투자하면 그렇게 된다. 투자사나 증권 브로커의 목적은 ‘투자자의 대박’이 아니라 ‘자신들의 수수료와 보수를 최대한 많이 챙기는 것’이다,

SG증권 사태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세 사기를 보면서 확실하게 밝혀진 게 있다. 증권 브로커는 투자자의 친구 아니며, 부동산 중개사는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들의 보호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김상민 ESG경제연구소장] ‘정치입맛경제밥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