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친환경 투자 유치 전쟁’ 가열...佛 녹색산업법안 공개
美 IRA에 맞불 성격…친환경 기술투자 세액 공제 탄소발자국 따라 유럽산 전기차 차등 지원키로 공장 허가기한 단축…머스크 "프랑스에 투자 확신"
[ESG경제=김강국 기자] 미국과 유럽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미래산업을 놓고 세게 붙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자국 투자 유치에 나서자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는 ‘녹색산업법’으로 맞불을 놓았다.
프랑스 정부는 16일(현지시간) 기후변화 원인인 탄소 의존도를 낮추고 프랑스에 다시 투자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도를 담은 '녹색산업법안'을 공개했다. 이 법안에는 친환경 기술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 신축 공장 허가 기한 단축 등이 담겼다. 이번 법안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강행이 불러온 반발을 달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녹색산업법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총생산(GDP)에서 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0%에서 15%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서 마련한 이 법안에는 배터리, 열펌프, 풍력 발전용 터빈,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면 투자 금액의 25∼40%를 세액 공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여기에는 연간 5억 유로(약 7,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이버 조치로 2030년까지 200억 유로(약 29조원) 투자 유치와 4만 여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한다고 일간 르피가로·르몽드,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와 함께 신규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때 지급하는 보조금은 자동차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 규모를 고려해 차등 지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유럽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소비자가 100% 전기차를 살 때 5,000∼7,000유로(약 729만∼1,020만원)를 지원하되 자동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구체적인 방안은 올해 말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1일 녹색산업법안을 처음 소개하면서 "유럽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자동차는 탄소발자국이 좋기 때문에 (이 제도가) 유럽산 제품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뤼노 장관은 "현재 전기차 보조금으로 배당된 12억유로(약 1조7천486억원) 중 40%가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간다"며 "아시아 공장에 프랑스 납세자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총 13개 항으로 구성된 녹색산업법안에는 프랑스에 신규 공장을 설립할 때 허가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장 9개월로 단축해 현행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녹색산업법안은 6월 19일 상원에 이어 7월 17일 하원에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이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하원을 설득하지 못하자 투표를 생략하는 헌법 조항을 사용했다가 거센 반발을 낳았다.
다른 부문에서도 잇단 개혁을 발표하며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에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최한 비즈니스 포럼 '프랑스를 선택하세요'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따로 만나 향후 투자 계획 등을 논의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오찬을 한 머스크는 행사가 끝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미래에 테슬라가 프랑스에 중요한 투자를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트위터 등을 소유한 머스크는 "오늘 발표할 것은 없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정부, 그리고 그들이 산업을 얼마나 환영하는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