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재택근무 또 작심 비판...'노트북 계급'의 건방?

재택 근무자들을 "부도덕" "노트북 계급" 등 힐난 ‘도덕적 건방’ 맹폭...트위터 인수 후 재택근무 불허 재택근무가 생산성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적잖아 국내도 엔데믹 이후 재택근무 축소·폐지 확산

2023-05-17     이진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노트북 계급(laptop class)은 X같은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도덕적 건방을 그만 떨어야 한다.”

재택근무에 극도로 회의적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또다시 재택근무를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하도 자주 강도높게 비판해 도대체 왜 이러는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근로 환경은 ESG 사회(S) 부문 평가의 중요 이슈다. 

머스크는 16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재택근무란 개념은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프랑스왕 루이 16세의 왕비)가 (굶주린 백성들이 먹을 빵이 없다고 하자) 말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망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한 생산성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테크 노동자들을 “라라랜드(la-la-land·꿈의 나라)에 사는 노트북 계급”이라 부르면서 “서비스 종사자들은 계속 출근하기를 기대하면서 자신은 재택근무를 하려는 건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X같은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빌어먹을 도덕적 건방을 그만 떨어야 한다”고 쏴 붙였다.

‘노트북 계급’이란 코로나19 팬데믹 때 생겨난 신조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감염 위험 없이 생활하며 고용 유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헬스케어나 배달 종사자, 택시 운전사처럼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하는 서비스 직종 근무자들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머스크는 사무실 근무 예찬론자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근무를 외쳐 왔다. 지난해 6월에는 “다른 곳에 가면 일하는 척만 한다”면서 재택근무를 비판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초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트위터 직원들에게 보낸 첫 이메일 내용도 재택근무를 불허였다. 앞으로 힘든 시간에 대비해야 하니 자신이 승인하지 않는 재택근무를 하지 말라고 썼다.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에 트위터는 직원들에게 장소 불문하고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머스크가 ‘노트북 계급’이라는 용어를 들먹이며 재택근무를 극력 반대한다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재택근무가 더 생산적이라는 연구도 

머스크가 생산성 문제에 집중해 재택근무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냈을 경우 이를 를 둘러싼 논란이 더 확대될 수 있었다.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에 비해서 더 생산적인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연구 결과는 재택근무가 오히려 더 생산적이라는 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미 스탠퍼드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 재택근무 근로자의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 근로자보다 5% 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재택근무 업무 관행을 개선하고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기술에 투자하면서 오히려 이런 생산성 격차는 지난해 봄이 되자 9%까지 벌어졌다. 직원 관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실시한 또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재택근무자들이 사무실 근무자들에 비해서 더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경제연구소(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정보기술(IT)과 금융처럼 재택근무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의 생산성 성장률은 2010~2019년 1.1% 정도였으나 코로나19 시작 이후로는 3.3%로 더 높아졌다. 반면에 운송, 외식, 접객 같은 대면 근무 업종의 생산성 성장률은 같은 기간 0.6%에서 2.6%로 개선은 됐지만 그 정도는 덜했다.

전문가들은 사무실 근무를 할 때에 비해서 재택근무를 할 때 협업과 혁신적인 기술 이용 면에서 취약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첨단기기들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코로나 끝나자 사무실 근무로 복귀 움직임

재택근무가 생산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지만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 의 많은 기업들은 경영상 이유로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있다. 여전히 사무실 근무가 더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디즈니, JP모건, 아마존, 메타 등이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요구했다.

아직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기업 비율이 더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기업 정보업체 통계를 인용해 조사 대상 기업 4500곳 가운데 58%가 여전히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직원들은 평균 2.5일 출근하는 것으로 집계돼 주5일 근무 중 절반 정도 사무실에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특별방역관리주간으로 정해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죄기로 한 2021년 4월 2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한 사무실이 비어있다. 많은 직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간 때문이다. 사진=연합

국내의 경우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지난달 18~19일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직장인 697명과 구직자 367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40%가 현재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무실 출근자 가운데 약 78%는 ‘재택근무를 하다가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됐다’고 응답했다.

또 ‘현재 재택근무 중’인 응답자의 약 70.3%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축소·폐지할 경우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 답했고, 응답자의 약 29.4%는 회사에서 재택근무 직원의 급여와 상여금을 삭감해도 ‘재택근무를 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