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 경보’...서울 강남에서 마른나무 갉아먹는 외래종 확인
환경부 현장조사, 건조한 환경서 잘 견뎌 세계적 골칫거리 유입경로 오리무중...토착 흰개미 피해도 속출해 방제 필요
[ESG경제=김도산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택에서 최근 발견된 흰개미는 세계적으로 목조건축물에 큰 해를 끼치는 외래 흰개미로 잠정 확인됐다. 해당 흰개미는 건조한 환경에서 잘 견디고 마른 나무를 갉아먹어 세계 각국에서 골칫거리로 간주된다. 어떻게 국내 유입됐는지 경로 파악은 되지 못했다.
환경부는 정밀 현미경으로 확인한 결과 강남구 주택의 흰개미는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에 속하는 흰개미로 확인됐다고 지난 주말 밝혔다. 유전자 분석도 진행 중인데 동정(생물의 분류학상 위치와 종 정보를 바르게 확인하는 작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긴급 방제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온라인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이 집에 알 수 없는 곤충이 수십 마리 나타났다며 사진을 올렸고 다른 누리꾼 사이에서 국내엔 없는 마른나무흰개미과에 속하는 흰개미로 보인다는 추정이 나왔다.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의 국내 서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1년 한국응용곤충학회 학술지에 전남 완도군 여서도에서 마른나무흰개미 일종인 '통짜흰개미'를 발견했다는 보고서가 실린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 종은 인체에 해를 가하지는 않으나 나무를 갉아 먹어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국내 서식 흰개미는 습한 환경에서 사는데, 이 흰개미는 수분이 적는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고 땅에 접촉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호주 등지에서는 목조건물을 붕괴시키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위험 흰개미가 어떻게 국내에 유입됐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외부에서 유입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실내 목재 문틀(섀시)에서 서식하고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추후 역학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현장조사에 나선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신고자가 처음에 외부에서 들어온 것 같다고 밝혀서 오해가 불거진 것 같은데 본인도 착각이라고 정정했다"면서 "한 주택에서 흰개미가 발견된 일시적인 해프닝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도 곳곳 유사사례 보고...점검 중
세계적으로 골칫거리인 마른나무흰개미과 크립토털미스속 흰개미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 흰개미들 원산지가 북미와 동남아, 호주 등 한국과 교류가 많은 지역이고 또 남극대륙을 제외한 전 대륙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마른나무흰개미과 크립토털미스속 흰개미들이 살기 좋은 쪽으로 국내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마른나무흰개미 대표종인 크립토털미스속(Cryptotermes domesticus) 흰개미 야외 분포 북방한계는 '1월 평균기온 섭씨 10도'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0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충남 아산에도 흰개미 사태가 터졌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난 2월 내부가 목재로 꾸며진 상가를 계약하고 3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4월 중순 곤충이 여기저기 날아다녀 확인해 보니 날개 달린 흰개미였다'며 '개미가 나온 문기둥 속은 비어 있었고, 유충도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방제업체를 불러 약을 뿌렸는데, 보름 후 다른 곳에서 수십마리가 벽지를 뚫고 나오고 액자 뒤에서는 유충들이 떨어지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흰개미들로 인한 피해 사진도 6장 올렸다. 사진에는 날개 달린 흰개미 100마리가량이 찍혀 있다.
흰개미 전문가인 박현철 부산대 교수는 이들 사진을 살펴본 뒤 "서울 강남에서 발견된 외래종은 아니고, 국내에 폭넓게 분포하는 종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국내 서식종도 목조주택에 피해를 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전국의 문화재를 조사한 적 있는데, 거의 모든 문화재에서 흰개미 피해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흰개미를 발견하면 대부분 살충제를 뿌리는데, 그러면 흰개미들이 곧바로 이주해 다른 곳에 피해를 준다"며 "전체 군집 가운데 밖으로 나와 눈에 띄는 개체는 극소수인 만큼 전문가 도움을 받아 흰개미 서식처를 정확히 진단한 다음 해당 부분을 집중 방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