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담긴 생물다양성...여성 환경단체의 국제사진전 당선작들
여성들이 설립한 비영리 지속가능성 단체 '바이탈 임팩트' 환경사진 지원 프로그램 올해 첫 시행, 68개국 372명 응모
[ESG경제=안우찬 기자] 사람과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호하자는 지속가능성 지향 글로벌 환경단체인 바이탈 임팩트(Vital Impacts)가 자체 운영해 온 환경 사진작가 지원금 프로그램의 수상 작품들을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바이탈 임팩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인 에이미 비탈레와 기후과학기자 에일린 미뇨니 등 여성들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개발 지원을 위해 ‘바이탈 임팩트 환경 사진 그랜트(Vital Impacts Environmental Photography Grants)’를 지난 2월개최한 바 있다.
이번 공모전에는 68개국 372명이 지원했다. 수상자는 멕시코와 페루 출신 무숙 놀테(Musuk Nolte)와 미국 몬태나 서부의 살리시 부족 출신인 테일리르 어바인(Tailyr Irvine)이 선정됐다. 이들은 각각 2만 달러(약 2652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앞으로 1년 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의 환경과 야생동물 보호 이니셔티브를 촬영하는 제작 프로젝트에 나선다.
무숙 놀테와 테일리르 어바인
멕시코 작가 무숙 놀테는 사진을 통해 환경 파괴 등 사회 문제를 이야기해 왔다. 이번 지원금으로 페루 지역사회가 수질 개선과 물 부족 해결을 위해 벌이는 노력을 사진에 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역사회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식물 다양성을 촉진할 방법도 탐구할 예정이다.
심사를 맡은 내셔널 오듀본 협회의 사진 디렉터 사빈 마이어는 “놀테는 전통적인 페루의 물 부족 해결 방식을 아름답고 희망적인 메시지로 사진에 담아낸다”고 평했다. “물 부족과 주민들의 절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옛부터 한 번에 한 그루씩 나무를 심어 기후변화에 꾸준히 대처하는 페루 원주민 조상들의 현명한 사고방식을 일깨운다”고 덧붙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수석 사진 편집자 데이비드 바레다는 “안데스 원주민 사회가 수세기 동안 수자원을 관리한 비결을 놀테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기대가 크다. 놀테는 원주민의 목소리와 전문지식, 지혜를 담아 환경보전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일리르 어바인은 미 서부 몬태나주의 플랫헤드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태어나 자란 살리시족과 쿠테나이족의 포토 저널리스트다.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 커뮤니티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관심을 집중해 왔다. 원주민 커뮤니티들은 공공 토지 관리권을 빼앗겨 당국과 갈등을 겪어 왔다.
데이비드 바레다는 “테일리르 어바인은 미국 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의미있는 주제인 소수부족 권리 문제를 짚어낸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갈등을 이해할 때 사회구성원 간 견해 차이를 좁히는데 기여할 것이다. 살리쉬와 쿠테나이 부족의 일원으로 갈등에 대한 체험적 이해를 바탕으로 단순한 사진 이상의 작품성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작에는 독일 사진작가 잉마르 비욘 놀팅,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데이린 폴, 이집트에 거주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취재해 온 파트마 파미, 브라질 자크리아바 원주민인 에드가 카나이코 자크리아바가 선정됐다.
바이탈 임팩트 단체의 설립자 에이미 비탈레는 "환경운동가나 원주민, 과학자들이 반세기 이상 저마다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한 경종을 울려왔지만 의미 있는 조치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사진작가로서 우리는 변화를 촉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 이미지가 의미를 가지려면 그 안에 스토리를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시 모란 심사위원장은 "바이탈 임팩트 환경사진 그랜트는 올해 첫 시도인데 지원자 제안서의 내용이나 작품의 지역적 다양성이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만큼 선정된 작가들의 향후 프로젝트는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적잖은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