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의 우리금융’ 지배구조 완성하고 실적 쌓기 시동
조병규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선정으로 '임종룡호' 구성 우리금융그룹 이익, 1분기에 5대 금융그룹 중 꼴찌 기록 임 회장 ‘증권·보험 인수해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
[ESG경제=김강국 기자] 3월 24일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선정하면서 그룹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임종룡 회장은 과거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던 우리은행 주식을 과점주주들에게 쪼개 파는 형식의 민영화 틀을 잡은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완전 민영화된 우리금융그룹을 이끌고 ‘혁신과 실적’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임 회장은 5월29일 은행장 후보자 4명과 간담회를 했다. 26일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정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과 함께였다. 이 자리에서 격려와 화합의 다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임 회장은 이날 "여기 계신 네 분 모두 저와 함께 우리금융의 미래를 만들어갈 동반자"라면서 "오늘 함께 찍은 사진이 우리금융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유산이 될 수 있도록 협력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조병규 대표는 ‘내부 화합형’...준법경영 적임자
임 회장이 선택한 조병규 차기 우리은행장은 관악고와 경희대를 나와 1992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현 이원덕 행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점을 고려할 때 ‘내부 화합형 후보’라는 평을 듣는다. 임 회장의 인사에서 ‘특정 학맥 편중’이라는 세평이 있었으나, 조 행장의 등용으로 일정 부분 이러한 평가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대표는 2018년부터 2년간 준법감시인으로 근무하면서 자금세탁방지부의 자금세탁방지센터 승격, 국내은행 최초 고객바로알기(KYC)제도 도입 등을 이끌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태가 불거졌기에 그가 준법경영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임 회장의 지배구조는 완성됐으나, 진정한 경영자로서의 역할은 이제부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리금융그룹이 올 1분기 실적에서 NH농협금융그룹에 국내 금융그룹 4위 자리를 내주면서 ‘빅 4’의 위상에 금이 간 때문이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9,113억원이었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전년보다 20% 늘어난 85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중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카드 46.4% 감소, 우리금융캐피탈 20% 감소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뒷걸음질 친 탓이다.
특히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가 없다는 점도 우리금융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 5대 은행 중 우리금융만 증권과 보험사가 없다"면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다른 금융사들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나아지면서 우리금융의 순위가 밀려났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우리금융은 실적의 90% 이상을 우리은행에 의존한다.
4위 자리를 차지한 농협금융은 9,4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비은행 계열사인 NH투자증권·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우리금융, 중형급 증권사 인수 검토 중
이와 관련 임 회장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증권·보험을 인수해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중형급 증권사 인수를 계속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은 5월26일 상장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과 우리벤처파트너스 주식을 우리금융지주 주식으로 바꾸는 주식교환을 결정했다. 두 회사를 지주사의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시너지를 확대하고 그룹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증권사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회장은 취임 후 기업문화 제고에 노력해왔다. 새로 선출되는 은행장 및 계열사와 함께 원팀을 구성함으로써 하반기에는 ‘이익 개선’이라는 경영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