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탄소포집 물거품되나?....관련 프로젝트 줄줄이 지연
MS ‘직접공기포집(DAC)’ 프로젝트 건설부지도 미정 옥시덴털 추진 중인 DAC 프로젝트도 추진 연기 폴리티코 “거품 빠지는 단계일 수도" 투자자 주의보
[ESG경제=이진원 기자] 대기 중에서 탄소를 직접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의 혁신성에 주목하며 여러 기업들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주요 프로젝트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계열사인 친환경 및 에너지 분야 전문매체인 E&E뉴스가 전한 프로젝트 지연 보도 1일(현지시간) 인용하며 “탄소 포집 프로젝트 거품이 빠지는 것일 수 있으니 투자자와 기업 인수자들은 섣부른 낙관을 해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대기 중 탄소 포집 프로젝트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추진 프로젝트 착공도 못 해
E&E뉴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미 와이오밍주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 '카본캡처(CarbonCapture)‘와 함께 추진 중인 ’직접공기포집(DAC·Direct Air Capture)’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있다.
카본캡처는 지난해 9월 '프로젝트 바이슨(Project Bison)'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추진 중인 탄소 직접 포집시설을 올해 말까지 가동해서 2030년까지 매년 대기 중에서 500만 톤의 탄소를 제거하는 수준까지 제거 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건설 부지 선정이나 동력 공급 방법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카본캡처가 탄소를 운송하고 저장하는 데 의존하는 회사인 프론티어 카본 솔루션즈(Frontier Carbon Solutions LLC)도 아직 지하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할 수 있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카본캡처의 최고상업책임자(CCO)인 조나스 리는 “올해 첫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담아두는) 모듈 몇 개를 출시하는 데 대해 지나치게 낙관했다”면서 “솔직히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모든 작업을 조금 안이하게 생각했다“며 프로젝트 지연 사실을 인정했다.
버핏이 투자한 옥시덴털 프로젝트도 가동 시기 연기
억만장자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투자한 에너지기업 옥시덴털 페트롤리움(Occidental Petroleum)의 DAC 프로젝트도 가동 시기가 연기됐다. 옥시덴털은 지난 2월 투자자들에게 미 텍사스주 오데사 인근에서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과 협력해 지을 예정인 DAC 시설이 내년 말이 아닌 2025년 중반에야 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키 홀럽(Vicki Hollub)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공급망 환경이 좋지 않다는 걸 공기가 늦어진 이유로 들었다.
금융정보업체인 팩트셋(FactSet)은 10억 달러(약 1.3조 원)가 넘게 투자되는 옥시덴털의 DAC 프로젝트는 현재 몇 달간의 사전 작업을 마치고 지난달 공식 착공했다고 전했다.
"거품 아니다"라는 반론도
일반적으로 산업 현장이나 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다른 형태의 탄소 포집과 달리 DAC는 공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분리하여 제거하는 여러 탄소 제거 기술 중 하나다.
소수의 파일럿(시범) 및 소규모 상업용 DAC 프로젝트가 이미 운영되고 있지만, 옥시덴털이 추진 중인 연간 50만 톤 규모의 포집 시설은 스위스 기후테크 스타트업 클라임웍스(Climework)가 아이슬란드에서 운영 중인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DAC 프로젝트보다 무려 125배에 달하는 용량을 갖추게 된다.
물론 이처럼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지연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거품이 빠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늘 생길 수 있는 일이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탄소제거 기술 옹호 단체인 카본180(Carbon180)의 과학·혁신 담당 부국장인 아누 칸은 "지금까지 이룬 모든 성과와 업적이 아닌, 기한을 놓친 데만 집중하면 향후 몇 년 동안은 물론이고 향후 50년이나 100년 동안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산업을 구축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