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실리콘밸리 구세주...뭉칫돈 몰린다

AI 스타트업들, 5월 한달 14.4조원 유치 'AI 골드러시'에 환호...非AI 기업은 찬밥

2023-06-05     김강국 기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로고. 사진=AP연합뉴스

[ESG=김강국 기자]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열풍에 관련 기업들이 ‘뭉칫돈 투자’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AI와 관련이 적는 기업들은 찬밥 신세에다  감원에 나서는 등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작년 11월 오픈AI의 대화형 챗봇 챗GPT 공개로 새로운 'AI 골드러시'가 촉발됐다"고  4일(현지시간) 전하면서 AI 관련 스타트업들이 호황을 누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미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AI 스타트업들은 5월 한 달 동안 11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의 투자를 끌어모았다. 지난해 동기 대비 86% 급증한 금액이다.

대형 기술(테크)기업 출신 AI 전문가들도 앞다퉈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출신 AI 전문가로 최근 동영상 생성 AI 스타트업을 창업한 수브랏 부스한은 실리콘밸리 '빅4'로 불리는 세콰이어캐피탈 등으로부터 525만 달러(약 68억원)를 투자받았다. 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 7명 중 3∼4명도 회사를 차렸다. 구글에서 챗GPT 등 생성형 AI의 근간인 '트랜스포머' 모델을 개발한 인사들의 경우 전원 퇴사해 창업에 나섰다.

AI용 반도체 최강 엔비디어...시종 1조 달러 육박

세계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지닌 미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회사는 2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의 세 배 가까운 11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난주 밝힌 뒤 주가가 24%나 급등했다. 2일 장마감 기준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9,714억 달러(약 1,272조원)로 '시총 1조 달러 클럽' 진입을 코앞에 두었다.

AI 열풍에 힘입어 하락세이던 나스닥 시장도 모처럼 상승으로 반전했다. WP는 "대형 테크 기업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는 지난해 33% 하락하면서 전체 시가총액의 3분의 1가량을 날렸지만, 올해 들어 이미 31%나 급등했다"고 전했다.

반면 AI와 무관한 테크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싸늘해졌다. 피치북 소속 애널리스트 브렌던 버크는 "벤처캐피털들이 인기 있는 AI에 투자하려 경쟁하지만 수익성 전망이 어두운 평범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로 인한 실직 가능성 상승...실리콘밸리 집값 하락세

작년 한 해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가 45억 달러(약 5조9,000억원)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만 이미 125억 달러(약 16조3,000억원)의 투자가 몰리는 등 AI 관련 기업에만 투자가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WP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중심도시인 샌프란시스코의 식당과 주점에선 AI로 인한 실직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손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때 미국에서 가장 비싼 편이었던 주변 집값은 완만한 하락세이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급랭하고 있다.

현지에선 AI 관련 인재 외에는 신규 고용이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 컬럼비아대의 댄 왕 교수는 "(AI는)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이것이 (시장의 흐름을) 강세장으로 되돌릴 무언가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실리콘밸리의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