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 도입과 ETS 개편,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요인"
유진투자증권 보고서, EU 배출권 국내 배출권보다 8배 비싸 탄소배출권 ETS, 탄소배출 가격 상승에 취약한 경우 헤지 가능 자본연, CAP 감축률 높이고 CBAM 산업 유상할당 전환 제안
[ESG경제=이신형 기자]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과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제도 개편 영향으로 장기적으로 국내 탄소배출권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CBAM이 본격 시행되면 적용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은 탄소배출 비용을 EU나 국내에 지불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유상할당을 늘리는 등 탄소배출권거래제 개편에 나서면서 국내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의 강송철 애널리스트는 5일자 ‘ETF 스트래티지’ 보고서에서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달 초 톤당 1만2000원 수준“으로 ”70~80유로 수준인 유럽 배출권 가격과 8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CBAM이 유럽 배출권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내 배출권 거래 증가 및 상승 유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탄소무역규제(CBAM)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배출권 할당제도의 개편은 불가피해졌다”며 “CBAM은 탄소비용을 국내에 지불할 것인가 아니면 EU에 지불할 것인가 문제이지, 탄소비용 자체를 면제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EU에 지불한 탄소배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출상한총량(CAP) 감축률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감축률 이상으로 높이고, 현재 무상할당업종으로 분류된 CBAM 대상 업종을 유상할당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ETS가 NDC 이행을 위한 핵심 수단이지만 ETS 적용 대상이 아닌 기업이 많기 때문에 EU처럼 NDC 감축률보다 높은 CAP 감축률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CAP 감축률을 높이고 유상할당을 늘리면 기업의 탄소 감축 부담이 커져 배출권 수요 증가 요인이 된다. 강 애널리스트가 언급한 국내 배출권 가격 상승 요인이 되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따라서 탄소 감축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고 배출권 수급불균형 완화를 위해 시장안정제도를 혁신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10% 수준에 불과한 유상할당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환경부는 유상할당 확대를 포함한 탄소배출권거래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강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단기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탄소국경세와 같은 공격적인 제도 시행이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 확대, 강화는 배출권 가격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에는 글로벌 탄소배출권과 유럽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4개의 탄소배출권 ETF가 상장돼 있다. 강 애널리스트는 ”국내 ETF 상품이 편입한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시장 거래는 팬데믹 이후 배출권 가격 급등과 함께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지난해 연간 1990억 유로로 2021년 대비 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820억 유로에 비하면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배출권 ETF의 장점으로 주식이나 채권, 상품, 클린에너지 주식 등 다른 자산과 수익률 상관관계가 낮고, 탄소배출 가격 상승에 취약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경우 리스크 헤지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EU CBAM 도입과 ETS 개편으로 탄소가격 격차 확대
EU는 4월 CBAM 도입과 탄소배출권거래제 개편을 확정했다. EU의 공격적인 탄소 감축 정책으로 가뜩이나 격차가 큰 EU와 국내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더 벌어져 국내 기업이 EU에 지불할 탄소비용이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수출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CBAM은 EU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는 제품 간의 탄소배출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입품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철강과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수소의 6개 업종에 우선 적용된다.
오는 10월 도입하지만 EU는 2025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 중에는 수입업자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보고하는 의무만 준수하면 된다. 2026년부터는 EU보다 탄소배출 비용을 적게 지불하는 지역에서 물품을 들여온 수입업자는 탄소세에 해당하는 CBAM 크레딧을 사야 한다.
EU는 또 2030년까지 ETS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62%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CBAM 적용대상 업종에 대한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34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항공과 해운 산업도 ETS에 포함돼 무상할당이 내년 60%, 2025년 30%로 축소되고 2026년부터 무상할당이 폐지된다. 이와 함께 EU는 건물과 도로교통 부문에 적용하는 새로운 ETS(ETS2)를 2027년 개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유럽의회가 발표한 합의안에는 2026년 본격 시행 전에 CBAM 효과를 평가하고 2030년까지 CBAM 적용 대상 업종을 ETS 업종 전체로 확대한다는 것을 포함해 적용 업종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최종 합의에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EU ETS 적용 대상은 전력과 열 생산 정유, 철강, 알루미늄, 금속, 시멘트, 유리, 석회, 펄프, 제지, 판지, 유기화학, 유럽 내 항공 운항, 아디프산과 글리옥실산, 글리옥살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 알루미늄 생산 시 발생하는 과불화탄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