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은퇴설계] ⑦ ‘노후월급’ 500만원 탈 김부장, 어떻게 하길래?

노후준비 5년 완성 프로그램···국민연금+퇴직연금 기본 개인연금 50만원에 주택연금 ‘전후후박형’150만원 더해 부족한 40만원은 지출통제로 월 170만원씩 펀드 납입

2023-06-11     서명수 기자
아직 늦지 않았다. 은퇴전 5이면 노후월급을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 부장은 올해 53세다. 7년 후면 정년이지만 그 때까지 다닐 수 있으리라고 그리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직 이렇다할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 자녀 교육과 내집 마련에 발목이 잡혀 노후준비는 엄두를 못냈다. 

늦었지만 노후준비 5년 완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해보기로 했다. 우선 지금까지 마련한 수입원에 어떤 것이 있고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탈에 들어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의 예상수령액을 확인했다. 퇴직 때 받게 될 퇴직금은 중간 정산을 받아 1억원 가량 남아 있다.

노후생활비는 현재 급여수준의 80%인 400만원을 원한다. 그러나 은퇴 초기 10년 간은 해외여행을 다니고 용돈도 넉넉하게 쓰는 등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월 500만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금 수령 기간과 액수 조정으로 수입 늘리기

일단 현재 준비된 수입원만 가지고 생활비가 얼마나 부족한지 따져봤다. 65세 수급 개시가 예상되는 국민연금은 150만원 정도다. 퇴직금 1억원은 일시금으로 타지 않고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수령해 퇴직연금으로 전환키로 했다. 10년 확정형으로 할 경우 수익률 4% 기준 한달에 110만원 가량 나오리란 계산이다.

은행에 가입한 개인연금 50만원이 58세부터 10년 동안 나올 예정이다. 이런 수입원을 다 합쳐도 생활비가 190만원 모자란다. 10년이 지난 뒤엔 사망 때까지 90만원 정도 지급될 전망이다.

다행히 김 부장에겐 비빌 언덕이 하나 있다. 거주 중인 아파트의 시세가 6억원 정도다. 58세부터 이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다면 월 115만원이 평생 나온다. 은퇴 초기 생활비가 더 든다는 점을 고려해 ‘전후후박형’으로 하면 10년 동안 월 15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10년이 지난 뒤엔 죽을 때까지 90만원 정도 받을 전망이다.

결국 노후 예상 생활비 500만원에서 예상 수입을 뺀 최종 부족자금이 40만원 정도 됐다. 이 40만원을 퇴직 후 기대여명 30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실질수익률 3%를 기준으로 노후 전체 기간에 대한 필요 자금으로 환산했더니 약 1억1000만원에 달했다. 퇴직 시점에 이 정도가 있어야 은퇴 초기 10년 동안 노후생활비 500만원을 부족함없이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5년 간 1억1000만원 만들기에 도전

5년 동안 1억1000만원을 만들려면 수익률 5%, 물가상승률 2%를 가정할 때 월 170만원씩 적립식 펀드에 납입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수입에서 지출하고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소비지출에서 돈 새는 구멍이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 한달 동안의 수입내역을 살펴봤다. 그간의 방만한 소비 습관이 한눈에 들어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돈이 줄줄이 새는 구멍도 여럿 발견됐다. 2년 전 아파트 평수를 늘리려고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는데, 매달 110만원씩 원리금을 갚아나고 있다. 그리고 보유중인 채권혼합형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다. 이는 곧 높은 이율의 대출금으로 펀드에 투자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비합리적인 투자행태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펀드를 해지해 생긴 8000만원으로 대출금을 갚기로 했다. 그러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1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아진다.

그 다음 손 볼 곳은 보험료 지출 부분이다. 우선 사망보장이 길지 않은 실버보험을 해지하기로 했다. 여기서 20만원이 절약된다. 종신보험도 불필요한 특약을 없애고 주계약을 감액하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20만원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원리금 상환과 보험료 지출에서 130만원의 새는 구멍을 찾아냈다. 여전히 월 저축액 170만원을 만들려면 40만원을 더 짜내야 한다.

새는 구멍 월 130만원 찾아내

김 부장은 지난달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다시 살펴봤다. 가족 통신비가 과도하게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요금할인제로 바꾸고 듣지 않은 음원사이트를 정리하는 등의 조치로 통신비를 절반 가량 줄였다. 지금까지 주 1회 이상 외식을 즐겼지만 앞으론 보름에 한번 꼴로 줄일 생각이다.

의료비와 문화비는 삶의 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약간만 줄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바로잡았더니 매달 40만원을 추가로 절약하게 됐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 연금 4층탑 구축은 노후준비의 기본이다. 그래픽=카디프생명

이같은 지출통제 방식으로 저축재원을 마련하고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주택연금을 동원하면 산술적으로 월 500만원을 쓸 수 있는 노후자금이 형성된다. 물론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65세라 은퇴 직후 수입과 지출 사이에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 조기수령과 노후 부족자금 마련을 위한 펀드 납입 기간을 더 늘리는 방법으로 충당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김 부장은 노후 전체 구간에서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드는 초기 10년 동안은 월 500만원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게 된다. 은퇴 10년 이후에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수령이 끝나지만 이때는 생활비가 초기 10년보다 적게 들어 무난히 생의 마지막 구간을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 

◇김 부장의 지출 감축 내역 (단위 : 원)

                                                                                                               자료=ESG경제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는 중앙일보에서 30년 넘게 금융·증권·재테크 분야를 취재ㆍ보도하고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한화투자증권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하기도 했다.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2012 행복설계리포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