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시장 변화 회오리...각국 규제 개편 본격화

블룸버그 “탄소 상쇄 시장에 대규모 리셋 일어나” 글로벌 탄소 상쇄 시장 가치 자각하는 국가 늘어 짐바브웨·케냐·인니 등 과세...배출권 규제 개편 시동

2023-06-12     이진원 기자
온실가스 (PG).  일러스트=연합

[ESG경제=이진원 기자]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탄소 상쇄(carbon offset)’ 시장에서 ‘대규모 리셋(massive reset)’이 일어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수익 창출이나 자국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량 감축 프로젝트의 혜택을 누리려고 자국 내에서 발생한 탄소배출권 거래에 과세하거나 배출권 거래를 규제 내지 제한하려는 국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짐바브웨는 자국 내에서 추진되는 탄소 상쇄 프로젝트로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을 취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케냐도 자국 내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규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탄자니아는 이와 관련한 수익 분배의 새 규칙을 도입했다.

파푸아뉴기니는 탄소 상쇄 시장에 적용할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신규 거래를 잠정 중단했다. 온두라스는 산림에 기반한 탄소배출권 판매를 유예했다. 인도네시아는 탄소배출권 수출에 조건을 내걸었다.

탄소 상쇄란,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서 부득이하게 배출하는 탄소에 대해서 배출량에 상응하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투자하거나 탄소배출권 구매, 식목 등의 행위로 탄소를 상쇄하는 것을 말한다.

안두랑캐피탈운용(Andurand Capital Management)의 기후 연구 책임자인 마크 루이스는 “적절한 탄소 배출량 프로젝트 추진 기회를 노리는 개발도상국에 탄소상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다”고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탄소배출권의 새로운 가치 주목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열대우림처럼 천연 탄소 흡수원이 풍부한 국가에서는 탄소배출권이 금, 리튬, 구리 같은 광물과 금속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탄소 연구·평가 회사인 실베라(Silvera)의 공동설립자인 사무엘 길 사장은 "상품 시장이 선례를 만들었다“면서 "각국이 탄소를 다른 국가 자원과 동급으로 간주하고 취급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지역 이해관계자가 외국 탄소 상쇄 프로젝트 개발자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극히 일부만 얻고 있다는, 즉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게 시장에서 변화의 발단이 됐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역대 최대 탄소 상쇄 프로젝트에 속하는 짐바브웨의 카리바(Kariba) 산림 보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1억 유로(약 1,390억원)의 수익금 대부분 스위스 개발업체 사우스 폴(South Pole)과 그 회사 파트너인 카본 그린 인베스트먼트(Carbon Green Investment)가 가져갔다. 또 작년 멕시코 시골 지역에서 정유회사인 BP가 그곳 주민들이 여러 활동을 통해 생산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면서 시가의 일부만 지급했다.

배출권을 국제적 의무 이행 도구로 인식

동시에 각국 정부가 탄소배출권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탄소 상쇄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시 말해 이것을 단순한 수익원을 넘어서서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 유발 및 이를 가중시키는 온실가스의 배출 권리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서 발급한다.

1997년 교토의정서 가입국들은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 정도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외부에서 구입하게 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에너지 절감 등 기술개발로 배출량 자체를 줄이거나 배출량이 적어 여유분의 배출권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그 권리를 사서 해결해야 한다.

또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2020년부터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의 목표를 처음으로 선보임으로써 탄소배출량은 이제 일종의 ‘국가가 갚아야 할 채무’처럼 되었다. 유엔은 동일한 배출권을 두 국가 이상의 기후 목표에 적용하지 못하게 막는 회계 제도를 통해 새로운 국가 거래 시장을 조성 중이다. 다시 말해서 각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배출권을 다른 국가가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게 한다면 언제 할지, 그리고 자국의 국가적 목표를 위해 사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세부 사항은 아직 미세 조정 중이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배출권 공급 보장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투명성 높아진다"며 변화 환영

전 세계 탄소상쇄 가치는 약 20억 달러(약 2.6조원)로 평가된다. 향후 15년 안에 1조 달러(약 1,290조원)까지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규제 틀이 마련되면 투자자들은 더욱 투명하게 배출권을 거래하는 길이 열린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nternational Emissions Trading Association)의 안드레아 본자니 정책 담당 이사는 블룸버그에 “새로운 틀과 정부의 개입 정도에 따라 개별 국가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결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