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뭐라 한들 "ESG가 중요"...미국 투자자 조사 결과
펀드매니저 10명 중 8명 "ESG 기준 중요성 커져" 美 자산운용사, 유럽 운용사만큼 투자에 기후 리스크 고려 전문가 "공화당 반ESG 활동에도 투자자는 ESG 요소 중시"
[ESG경제=이진원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회장이 ESG(환경·사회·거버넌스)가 극심한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며 이 용어 사용의 중단을 선언했지만 ESG 투자에 대한 투자업계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두 건의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미국의 ‘인덱스 산업 협회(Index Industry Association)’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수립하는 투자 전략의 40%에서 ESG 요소를 반영하고 있고, 향후 10년 이내에 이 비중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향후 자산 포트폴리오 내 ESG 요소 반영 비중 전망>
또 지난 1년 동안 ESG 기준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생각하는 펀드매니저는 10명 중 8명인 80%를 약간 넘은 반면, ESG 기준이 덜 중요해졌다고 답한 펀드매니저 비중은 10%에 불과해 투자 전략 수립이나 투자 활동 시 ESG 요소를 반영하는 경향이 계속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1년 동안 전반적 투자 전략 수립 시 ESG의 중요성 정도>
특히 ESG 기준이 더 중요해졌다고 답한 미국의 펀드매니저는 88%로 상대적으로 전체 평균에 비해서 좀 더 높았다.
이는 핑크 회장도 의식했던 공화당의 반(反)ESG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업계에서는 ESG 요소를 반영한 투자 전략 수립이나 투자 활동이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식지 않는 ESG 투자 관심
이 같은 해석은 같은 날 나온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영국 대형은행인 냇웨스트(NatWest)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ESG 투자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럽 자산운용사들 못지않게 채권 투자 결정 시 온실가스 배출량 등 여러 기후 리스크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북미 채권 운용역의 3분의 1 가까이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간주되는 투자 비중을 낮게 책정했고, 16%는 포트폴리오에서 아예 제외했다고 답했다. 이는 유럽 운용역들보다 오히려 약간 더 높은 수치다.
또한 북미 자산운용역의 절반 이상이 투자 수익률과 위험 감소를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고 판단해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탄소 순배출량이 제로인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하스 냇웨스트 기후·ESG 자본시장 책임자는 로이터에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 내 공화당의 반ESG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자들이 유럽 투자자들만큼 투자 결정 시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스는 이어 공화당 등 보수 세력의 반발을 언급하며 "그로 인해 앞으로 약간의 그린허싱(greenhushing)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친환경 투자 움직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허싱은 기업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나 지속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플랙록 핑크 회장 "ESG 용어 안 쓰겠다" 선언
공교롭게도 두 건의 조사 결과 모두 핑크 회장이 25일 열린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Aspen Ideas Festival)’ 행사에 참석해 "ESG라는 단어는 극좌파와 극우파 모두에 의해 ‘무기화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폭탄 선언을 하고 이틀 뒤 나왔다.
핑크 회장은 ESG가 극단적 정치인들에 의해 ‘정치 무기화(politically weaponized)’되었다는 이유에서 이와 같이 판단했다며, ESG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게 "부끄럽다(ashamed)"고도 했다.
인덱스 산업 협회는 3~4월 미국 자산운용 업계에서 활동하는 80명을 포함해 전 세계 230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투자책임자(CIO),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냇웨스트는 채권 투자자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