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의류산업 ‘생산자책임 재활용 제도(EPR)’ 적용안 공개
생산자에 의류 쓰레기 감축·재사용·재활용 책임 부과 재활용 섬유 활용 확대로 환경 피해 축소 효과 기대 환경부, 폐섬유 포함 EPR 제도 재검토 연구용역 발주
[ESG경제=이진원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6일 H&M과 자라(Zara) 같은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브랜드들 때문에 늘어나는 의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생산자책임 재활용(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 적용 방안을 공개했다.
EPR은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가 판매한 제품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과금으로 부여하는 제도로, 주로 포장재·배터리·전기와 전자 장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관리에 적용된다.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의류업체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소비자의 기호를 즉시 파악해서 유행에 따라 빨리 공급해 상품 회전율이 높은 패션 브랜드를 일컫는 패스트패션은 유행에 민감한 만큼 수명이 짧아서 잠시 쓰다 버려지는 의류와 신발 쓰레기를 양산하는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들이 많게는 수백만 톤의 의류 쓰레기를 양산하는 저비용 사업모델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압박을 꾸준히 받아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유행이 지나 폐기되는 의류와 신발의 처리 책임을 제품을 만든 당사자인 섬유 업계에 떠넘겨 패스트패션 브랜드들 때문에 생기는 환경파괴 발자국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제 EPR 제도가 적용되면 패션 브랜드들은 생산 제품의 재활용성을 개선하고, 중고시장을 더 활성화하는 데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섬유 업계를 보다 지속 가능하고 순환적으로 만드는 게 목적”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인 비트기니유스 신케비추스(Virginijus Sinkevičius)는 “이번 제안은 섬유 업계를 지속 가능하고 순환적으로 만들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EPR 제도 도입은 ▷섬유 재사용·재활용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섬유의 모든 수명 주기 단계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패스트 패션 대신 유행을 타지 않는 빈티지 패션을 선택하는 시민들에게 비용 절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 데이터에 따르면 매년 EU 시민 1인당 12kg에 해당하는 의류와 신발을 버리는데, 이 중 4분의 3 이상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즉, 매년 520만 톤의 의류와 신발을 포함하여 1260만 톤의 섬유 폐기물이 생기지만 이 중 재사용이나 재활용 목적으로 별도로 수거되는 건 2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EC는 섬유 소비가 식량, 주택, 이동성에 이어 기후 변화와 환경에 네 번째로 큰 영향을 미치며, 물과 토지 사용, 온실가스 배출에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간주한다.
유럽 환경청은 2019년 6200만 톤에 그쳤던 유럽 내 의류와 신발 소비량은 2030년까지 1억 2000만 톤으로 63%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그만큼 폐기물은 점점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패션 브랜드가 폐기물 처리 부담해야
섬유 업계의 EPR 제도 도입으로 EU 내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업체가 폐섬유 처리 비용을 떠맡게 된다. 부과되는 비용은 처리량에 따라 달라진다.
FT는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EU 국가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며, EU 회원국들은 별도의 규정에 따라 2025년까지 의류 및 섬유 폐기물을 수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EC는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의류 폐기물 처리 비용은 티셔츠 한 장당 약 0.12유로(약 170원)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이 비용은 제품과 필요한 처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류를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들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식이다. 여기에는 의류 업체들이 재사용·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더 신경을 쓰게 만들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EC는 “섬유 소비는 식량·주택·이동수단에 이어 기후 변화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네 번째로 크며, 물과 토지 사용,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 EPR 제도 적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폐의류·폐섬유 EPR 적용 타당성 검토 착수
의류 폐기물은 국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류 폐기물의 양은 2020년 기준 8만2422 톤으로 하루 평균 225톤에 달하며 폐섬유까지 치면 연 37만 톤으로 늘어난다.
환경부는 따라서 작년 12월 EPR 제도를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연구용역 제안서에 폐의류와 폐섬유 등에 EPR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토 결과는 올해 9월경에 나올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ESG경제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서 이번 용역에 폐의류 등도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면서 “섬유 분야의 경우 검토 용역이 나오면 의류 재활용의 경제성과 가능성뿐만 아니라 업계의 반응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추후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2003년 1월부터 시행된 EPR 제도의 대상은 형광등, 타이어 등 8개 제품군과 종이팩, 금속 캔, 유리병, 합성수지 포장재 등 4개 포장재 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