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EU 탄소배출권 가격 전망치 하향 조정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수요 위축 전망 유럽 경기 둔화로 탄소 배출도 감소 예상

2023-07-17     이신형 기자
폴란드 투루프에 있는 석탄발전소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AP=연합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의 탄소배출권 시장 애널리스트들이 향후 3년간의 EU 탄소배출권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배출권 수요가 점차 충족되는 가운데 경제 침체로 배출권 수요 자체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이 14일 6명의 탄소배출권 시장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톤당 평균 85.58유로(약 12만1600원), 내년에는 92.68유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4월 조사의 전망치에서 각각 0.7%와 3.6% 하향조정 됐다. 2025년에는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100.28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4월 전망치보다 4.3% 하향 조정된 가격이다. EU의 탄소배출권가격은 14일 톤당 87유로를 기록했다.

EU는 2030년까지 ETS(탄소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62%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CBAM(탄소국경세) 적용대상 업종에 대한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34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항공과 해운 산업도 ETS에 포함돼 무상할당이 내년 60%, 2025년 30%로 축소되고 2026년부터 무상할당이 폐지된다. 이와 함께 EU는 건물과 도로교통 부문에 적용하는 새로운 ETS(ETS2)를 2027년 개설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의 ETS 제도 개편이 시행되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화석연료 발전이 감소하고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올해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세가 억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레피니티브의 파울라 반 라닝햄 탄소배출권 리서치 담당 이사는 “2023년 하반기에 (탄소배출권) 시장은 유럽 전역의 경기 둔화와 에너지 소비 약화로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응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올해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가 적용되는 산업의 탄소 배출이 감소해 탄소배출권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EU 집행위원회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리파워EU’ 정책 추진을 위해 필요한 200억유로의 재원 조달을 위해 더 많은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이런 정책도 탄소배출권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권시장 컨설팅사 파이트(Peyt)의 잉그빌드 소루후스 애널리스트는 “3분기 중 탄소배출권 경매제도 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제도 개편과 함께 배출권 판매 확대가 언제 얼마나 이루어지느냐가 탄소배출권 가격을 움직일 주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