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청소부, 소똥구리‘…’실종' 50년 만에 복원
작년부터 몽골서 830마리 도입…오는 9월 서식지에 방사 계획 땅에 숨구멍 만들고 영양분 공급…분뇨 분해해 온실가스 줄여
[ESG경제=홍수인 기자] 한국에서 멸종된 소똥구리가 복원돼 우리 자연을 살리는 선봉장으로 나선다.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오는 9월 적합한 서식지를 선정해 몽골에서 채집해온 소똥구리 200마리를 방사할 계획이다.
소똥구리는 과거 제주도를 포함해 한반도 전역에서 살았으나 점점 가축을 방목해 기르지 않게 된 데다 항생제를 첨가한 사료를 먹이면서 먹이터를 잃었다. 여기에 녹지화 사업으로 서식지인 모래벌판이 사라지고 살충제와 농약 등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멸종위기에 놓였다.
1969년 8월 이후 공식적으로 채집된 적은 없으나, 1970년대까지는 한국에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똥구리는 말똥이나 소똥을 먹고 사는 딱정벌레다. 애벌레는 40일 정도면 우화하고 평균 2∼3년 산다. 한국에서는 4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활동하다 겨울잠에 들곤 했다.
알을 낳을 때는 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린다. 소똥구리 몸무게는 0.3∼0.4g이고 경단 무게는 평균 4.22g이므로, 산란을 위해 자신보다 10배는 무거운 공을 나르는 셈이다.
경단을 굴려야 하니 피복도(식물이 표면을 덮은 정도)가 20∼40%로 낮고 물기가 많지 않은 모래벌판에 산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이런 습성에 알맞은 방사지를 선정 중이다. 지금까지 서식지 적합도 평가를 받은 곳은 태안군 신두리사구, 제주시 해안동·노형동, 장흥군 운주리, 신안군 자은도 등이다.
센터는 지난해 몽골에서 소똥구리 230마리를 도입해 증식하면서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증식한 개체까지 합하면 1,000마리 정도인데, 이 중 200마리를 오는 9월 서식지에 방사할 예정이다.
소똥구리 복원 필요성은 이들이 생태계에서 청소부 및 거름지기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소똥구리가 경단을 굴리고 모래에 묻는 과정에서 땅에 숨구멍이 만들어지고 넓은 지역에 걸쳐 깊은 토양까지 유기물질과 영양분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소똥구리가 먹지 않은 대형초식동물 분변을 분해하지 않은 채로 지표면에 두면 비가 올 때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키고 파리나 기생충이 창궐할 수 있다. 소똥구리는 특히 가축 분뇨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측은 "모든 생물은 생태계에서 각각의 역할을 갖고, 그 역할을 하던 종이 사라지면 다른 30종이 영향을 받는데 소똥구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