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25년 ISSB 공시기준 의무화...“비즈니스 허브 경쟁력 유지 위해”
싱가포르,기후공시를 기회로 인식...ISSB 기준으로 변경 법적 책임 따르는 법정 공시...재무정보와 동시에 공시 외국계 포함 상장사 ’25년, 비상장 대기업은 '27년 의무화
[ESG경제=이신형 기자] 싱가포르가 2025년부터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 사용을 의무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규제당국의 권고안은 ESG 공시와 재무정보의 동시 공시, 공시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 스코프 1과 2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에 대한 제3자 인증 등 ISSB의 ESG 공시 일반 원칙을 수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금융과 식품, 임업, 에너지 업종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TCFD 기준에 따른 기후공시를 의무화하고 있고 단계적으로 대상 업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내년부터 TCFD 기준을 ISSB 기준으로 대체할 계획인데, 이대로 이행된다면 싱가포르는 ISSB의 ESG 공시기준을 도입한 첫 번째 나라가 된다.
호주도 내용상 ISSB 기준과 유사한 기후공시를 내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했으나, 명시적으로 ISSB 기준 사용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도 ISSB 기준의 조기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의 조기 도입 의지가 없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내에서는 ESG 공시가 법정공시로 전환되는 시점에 ISSB 기준으로 기반으로 하되 국내 여건을 고려해 세부사항을 추가하거나 완화한 KSSB 기준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ESG 공시가 단계적으로 법정공시로 전환되는 시점은 2027년이 될 전망이다.
스트레이트타임스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지속가능성 보고 자문위원회(Sustainability Reporting Advisory Committee, SRAC)는 2025년부터 ISSB 기준에 따라 상장기업의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권고안을 제시하고 이달 6일부터 9월30일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ESG 공시 대상 상장기업에 외국 기업과 기업신탁, 부동산신탁회사도 포함된다.
SRAC의 권고안은 또한 매출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대기업은 2027년부터, 매출 1억달러 이상 비상장 대기업은 2030년부터 의무적으로 ISSB 기준을 사용해 ESG 공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은 스코프 1과 스코프 2 배출량 공시에 대한 외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스코프 3 공시 의무는 1~2년 정도 유예된다.
SRAC는 싱가포르 재무부의 지원하에 싱가포르 기업청(Acra)와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규제당국(SGX RegCo)이 공동으로 설립한 위원회다.
재무정보와 동시에 공시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따르면 기업과 이사회, ESG 담당자는 공시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ESG 공시는 재무공시와 같은 시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SRAC는 주주나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시기적절한 소통을 위해 재무제표와 ESG 공시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기업청의 쿨디프 길 이사는 “신뢰성과 일관성이 있는 기후공시는 기업의 책임성과 과단성 있는 행동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DBS은행의 헬게 무엔켈 지속가능성 최고책임자는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후 목표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싱가포르의 저탄소 전환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당국, 기후공시를 기회로 인식
싱가포르 규제당국은 기후공시를 기업이 가급적 피하거나 도입을 최대한 늦춰야 할 할 부담이 아니라 사업 기회를 창출할 기회로 받아들인다.
스트레이트타임스에 따르면 대다수 다국적 기업이 자사의 저탄소전환 계획을 위험에 빠뜨리는 협력사를 공급망에서 퇴출시키려 한다는 여러 조사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SRAC는 싱가포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 관리,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싱가포르 기업에 1466억 달러(약 187조6800억원) 규모의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싱가포르 기업청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규제당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SRAC의 권고안은 싱가포르 그린 플랜 2030에 따른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싱가포르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적극적인 기후행동과 투명한 공시로 핵심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해 새로운 성장과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더 안 SRAC 회장은 “기후공시가 경쟁우위를 높이고 기업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경영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