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열 받는 날’ "금세기말 94일로 증가"...지금은 7일

기상청, 21세기 말 ‘극한 열 스트레스 일’ 12배 증가 전망 열 스트레스 받으면 인명 사고 늘고 생산성 크게 떨어져

2023-08-02     홍수인 기자
폭염 특보가 8일째 발효 중인 1일 오전 광주 서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홍수인 기자] ‘지구가 끓어오르는 열대화 시대(Global Boiling Era)’를 맞아 사람들이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는 날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열받는 날이 늘어나면 생산 및 건설 현장 등 노동현장에서 인명피해가 생기고 생산성도 크게 떨어져 경제가 위축된다.

기상청은 2일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열 스트레스 지수’ 전망치를 공개하면서 현재 7.6일인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이 21세기 말에는 94.2일로 12배나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한 '습구흑구온도'(Wet-Bulb Globe Temperature)를 말한다. 습구흑구온도란 '더위지수'로도 불리는데 기온·습도·일사량·풍속 등이 반영되는 습구·건구·흑구온도를 가지고 계산하며 기온에 더해 습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올라간다.

예컨대 2021년 8월 6일과 7일 서울 최고기온이 각각 32.2도와 32.3도로 비슷하고 최소습도는 57%와 48%였는데, 습도가 반영되면서 열 스트레스 지수는 6일 32.9도, 7일 31.3도로 크게 차이가 났다. 열 스트레스 지수가 6일은 '매우 높음'에 해당했지만, 7일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높음' 범주에 들었다.

한국은 여름에 습도까지 높아 미국 서부나 중동 처럼 기온에 비해 습도가 낮은 지역과 비교해 열 스트레스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온열 스트레스 지수는 온열 질환자 숫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온열 질환자는 열 스트레스 지수가 30도 이상이 되면 급증하기 시작해 32도 이상 구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현재(1979~2014년) 우리나라 여름철 열 스트레스 지수는 28.1도인데,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빠른 산업기술 발전에 중심을 둬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하면 21세기 후반(2081~2100년)에는 35.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해 화석연료를 최소한만 사용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경우'에도 지수가 31.2도까지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10% 이상 지역 열 스트레스 지수가 '상위 5% 기준값(현재 전국 평균 32.8도)‘을 넘는 날을 말하는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은 현재 7.6일인데 열 스트레스 지수가 35.8도까지 치솟는다고 할 경우 금세기 후반 94.2일로 12배로 증가하게 된다.

기상청은 "현재 전 권역에서 9일 미만으로 발생하는 극한 열 스트레스 일이 21세기 후반에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하순까지 90일 이상 나타날 수 있다"며 "최대 지속 기간도 3~4일에서 70~80일로 증가하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