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CEO 승계 프로그램 가동 '모범적'…“ESG 지배구조 평가에 가점”
윤종규 회장, 11월 20일 임기 앞두고 “연임 나서지 않겠다” 한국ESG평가원, 후계자 경영승계 정책에 긍정 점수 부여
[ESG경제=홍수인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연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최근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한국ESG평가원은 “ESG 지배구조(G) 부문의 CEO(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에 또 하나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향후 KB금융의 ESG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8일 ‘이슈 리포트’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에 대해 -5에서 +5까지 10점 척도에서 +2 긍정평가 점수를 부여했다.
윤 회장의 세 번째 총 9년 임기는 11월 20일까지다. 회추위가 경영승계 절차를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그의 연임 포기 입장이 드러났다. 윤 회장은 애당초 3연임으로 임기를 마친다는 생각을 갖고 내부의 CEO 승계 프로그램 가동에 차질이 없도록 점검하는 한편 후계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CEO 승계 프로그램 모범 사례로 정착
KB금융의 회추위는 차기 CEO를 선정하는 경영승계절차를 본격 시작한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한 바 있다. 8일에는 1차 숏리스트 후보 6명을 확정하고 오는 29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 및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최종 3인 후보자를 상대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실시한 뒤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이후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면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20일 주총에서 회장으로 선임된다.
이와 관련 KB금융 회추위는 8일 회의에서 1차 숏리스트로 내부 후보자 4인, 외부 후보자 2인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내부 후보는 양종희·이동철·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이사)이며 외부 후보는 본인들 요청에 따라 당장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해외에선 실적 성과만 분명하면 CEO의 장기 재임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의 소유분산 기업에선 일부 CEO들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참호' 구축을 통해 실적과 상관없이 장기 재임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내부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고, 정치권의 개입 명분을 주기도 했다.
10여년 전 회장 연임을 둘러싸고 최악의 경영권 분쟁을 겪은 신한금융지주 사태 이후 만 70세까지만 회장을 연임한다는 금융지주 내규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70세 관행이 거꾸로 70세까지 꽉 채워 셀프 재임하는 엉뚱한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국내 금융지주 승계정책의 정상 가동 확산
만 70세까지 4연임을 하며 지주 회장 임기를 지속한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사례는 당시 금융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신한금융지주의 조용병 회장은 6년 재임 후 지난 3월 용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후계자 승계 관행을 만들었다.
윤 회장이 4연임에 나서지 않고 용퇴함으로써 KB금융지주 또한 지배구조의 선진화에 또 다른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김경호 회추위 위원장은 "윤 회장은 취임 시 꿈꾼 KB의 모습을 어느 정도 이뤘기에 이젠 그 동안 이사회를 중심으로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주자는 (용퇴의) 뜻을 연초부터 이사회에 비쳐왔다"고 전했다.
KB금융은 윤 회장 체제 하에서 4대 금융지주는 물론 금융업종 내에서 가장 우수한 ESG평가를 받아왔다. 그 바탕에는 최고경영자의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손종원 ESG평가원 대표는 “바람직한 후계자 승계정책의 가동으로 KB금융의 지배구조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배구조(G) 가산점 받아 ESG평가 상향 기대
KB금융의 ESG 종합등급은 A+로 매우 우수하다.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이 모두 S등급을 기록함으로써, 4대 금융지주회사 안에서 뿐만 아니라 금융업종를 통틀어 최우수 평가를 받아 왔다. 윤 회장의 용퇴로 KB금융의 후계자 승계정책의 정상 가동이 다시금 확인되고 지배구조 평가도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