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대만 탄소 감축에 속도...“애플‧구글 등 요구“
7일 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 국경간 배출권 거래도 추진 내년 하반기 중 탄소세 도입 계획...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ESG경제=이신형기자] 반도체 강국 대만이 탄소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뒷받침할 기후변화대응법을 제정한 데 이어 7일 카오슝에 탄소배출권거래소를 설립했다. 대만은 내년 하반기에는 탄소배출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만의 이런 움직임은 애플이나 구글 등 공급망의 최상위에 있는 기업들이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게 점점 더 강하게 탄소 감축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대응의 성격을 띄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또한 대만의 탄소 감축 정책 추진의 배경이 되고 있다.
대만 언론 포커스 타이완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만 수도 타이페이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참석한 가운데 탄소배출권거래소 개소식이 열렸다. 대만 탄소배출권거래소는 안정적인 탄소 비용에 대한 대만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탄소시장 관련 이슈는 물론 탄소세 등에 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이 안착할 수 있도록 인재 풀 육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의 탄소 감축을 위해 다른 나라 배출권거래소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탄소 감축 추진으로 4조 대만달러의 민간투자와 5.9조 대만달러의 생산가치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탄소배출권거래소 이사장을 겸직할 셔먼 린 대만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신뢰할 만한 해외 기관과 협력해 질 높은 배출권의 국경간 거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린 이사장은 "대만은 반도체와 정보통신, 섬유, 금속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애플이나 구글을 포함한 고객사의 탄소 감축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탄소 감축에 나서지 않으면) 공급망에 속한 대만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 3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라 대만은 2050년까지 전력의 60~70%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하고 9~12%는 수소로, 20~27%는 탄소포집 설비를 갖춘 화석연료 발전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초 탄소세 도입 방안 공개 예정
한편, 포커스 타이완에 따르면 대만은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에 이어 내년 말로 에정된 탄소세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년 초에 내놓을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은 톤당 약 500 대만달러(약 2만700원)의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대만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수준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린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추진되는 이 시대에 탄소배출권거래제나 탄소세를 포함하는 탄소가격제가 필요한 정책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