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은 '인재', "200년 간 지속된 무분별한 개발 탓”
NYT, “미 최악의 산불, 자연재해 아니라 인재” 보도 무분별한 벌목 후 들어선 외래종 풀 불쏘시개 역할 가디언, “가뭄 돌풍 등 전형적인 기후 위기형 재해“
[ESG경제=권은중 기자] 미국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하와이 마우이 섬 산불로 지금까지 1000여명 넘는 실종자와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언론은 이 초대형 산불이 시속 100km의 돌풍과 건조한 하와이의 기후 탓에 크게 번지기도 했지만,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200년 넘은 무분별한 개발’과 ‘외국에서 유입된 식물’ 등으로 인해 자연재해 아닌 ‘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1일 미 언론 CBS보도를 보면, 마우이 섬 사망자는 모두 114명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불탄 건물은 2700동이 넘고 대피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파악된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하고 실종자 수색이 끝나면 사망자는 두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분별한 벌목, 부실한 건축법,폐쇄된 댐이 원인“
CBS를 비롯해 많은 언론은 이번 화재의 첫 시작이 섬 중앙 산악지역인 마카아우에서 강풍에 하와이전기(하와이안 일렉트릭스)의 송전선이 끊어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장치 등에서 발생한 불길이 하와이에서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하리케인 도라에 의해 생겨난 강풍을 타고 섬 서쪽으로 옮겨 붙으면서 라하이나 같은 해안 거주지를 덮쳐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화재나 지진,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섬 전체에 작동하는 경보 사이렌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이번 화재에 대한 피해에 좀더 근원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이번 하와이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불에 타기 쉬운 수풀 지대’, ‘화재에 대비하지 않은 미비한 건축 규정’, ‘댐 폐쇄로 인한 물 공급 부족’ 3가지를 꼽으며 이번 화재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규정했다.
뉴욕타임스는 하와이대 해양지구과학기술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유럽인들이 1800년대부터 하와이 숲의 대부분을 벌채해 중국으로 목재를 수출했다”며 “이후 벌채된 숲에는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등 1년생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장들이 주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농장들이 20세기 들어서 더 가격이 싼 외국 농산물의 수입으로 문을 닫기 시작했고, 빈 농작지엔 기니아그라스·수크렁 등 불에 타기 쉬운 외래종 잡풀이 우거졌다는 것이다. 미 정부의 자료를 보면 이 수풀은 이번 화재가 발생한 마우이 섬뿐 아니라 하와이 표면의 4분의 1을 덮고 있다.
특히 마우이 전역에서 발견되는 기니아그라스는 하루에 15cm까지 빠르게 자라 최대 3m까지 자란다. 건기일 때 이 풀은 하와이에서 발생하는 자연 발생 산불을 이번 산불처럼 대형 재해로 크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이 때문에 이번 산불로 라하이나 등 해안 주택가의 수많은 이주민들이 급속도로 번지는 불을 피해 재난영화에서처럼 무조건 바다로 뛰어들어 해양경찰의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여기에 화재에 부실한 하와이의 건축법 적용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캘리포니아주 등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미 서부 21개 주는 주택 등의 건물 건축 시 불연재료, 준불연재료 등의 재료를 사용하도록 정한 표준법을 채택했다. 콘크리트, 벽돌, 철강처럼 쉽게 불이 붙거나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료를 써서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주택지는 목초지 등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건축돼야 한다. 그러나 조지 그린 하와이주지사는 ‘주택난’을 이유로 해당 건축 표준법 채택을 중단한 바 있다.
20세기 말 사탕수수 산업에 관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댐들이 20세기 말 이후 하나둘씩 문을 닫은 것도 화재가 커진 원인이다. 하와이 주정부는 폭우가 발생할 때 댐이 터지면서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댐 건설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댐 소유주들은 새 기준에 맞춰 새로 건설을 하기보다는 댐을 아예 폐쇄해 왔다. 2006년 이후 무려 댐 21개가 폐쇄됐다. 이런 추세는 강우량이 점점 더 줄어드는 하와이 상황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용수의 저장 능력을 크게 감소시켰다.
클라우디아 랩코치 하와이 주정부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하와이는 산불보다 허리케인이나 쓰나미의 위협을 더 받았지면 앞으로는 산불 위험에 대한 인식을 더 높이는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와이는 최근 수년간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에 대한 피해면적이 300% 이상 증가했다.
"폭염과 가뭄 등 전형적 기후위기 재해"
한편, 영국 가디언은 하와이 화재의 원인을 기후 위기 탓으로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하와이가 비정상적으로 가뭄을 겪어 온데다 수백 마일 떨어진 허리케인 도라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면서 북쪽의 고기압과 큰 규모의 기압골이 생겨 시속 100km의 강한 돌풍을 만들면서 화재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가뭄 모니터(US Drought Monitor)의 자료를 보면, 마우이 카운티의 약 16%가 극심한 가뭄, 20%는 적당한 가뭄 상태다. 2015년 하와이대 등의 연구 보고서에서도 1990년 이후로 하와이의 강우량이 우기에는 31%, 건기에는 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와이 화재 전문가인 클래이 트라우르니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는 온도 상승에 따른 화재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허리케인의 가능성을 높인다”며 “그 폭풍은 마우이 산불처럼 강풍으로 인한 산불 화재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