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진 “온실가스 줄이려면 부자 소득에 탄소세 부과해야”
美 상위 10% 부자가 40%의 탄소 배출 소득 많이 창출할수록 탄소 다량 배출
[ESG경제=이진원 기자] 부자들 소득에 탄소세를 부과하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상위 10% 부자들이 미국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40%를 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이 올리는 투자 소득에 탄소세를 부과하면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연구의 요지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애머스트 캠퍼스의 지속가능성 과학자 자레드 스타가 이끄는 연구진은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약 30년 동안 미 가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했다. 사람들이 구매하는 물건, 즉 소비와 관련된 배출량에 대한 연구는 많았으나, 이번처럼 투자 소득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드물었다. 사람들이 소득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처럼 소득 창출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석유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주주들이었다.
소득 많은 부자가 탄소도 많이 배출
연구진은 투자 소득에서 ‘공급자 기반(supplier-based)’ 온실가스 배출량과 ‘생산자 기반(producer-based)’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봤다. 전자는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산업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고, 후자는 석탄 화력 발전소처럼 사업체 운영 자체에서 직접 생기는 배출량이다.
연구진은 이 두 종류의 배출량에 대한 자료를 약 5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의 소득 데이터와 연결해 누가 친환경적이지 못한 투자로 돈을 버는지 찾아냈다.
스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소득과 투자 뒤에 탄소 배출 책임이 가려져 왔다는 사실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면서 “예를 들어, 상위 0.1% 가구가 15일간 올린 소득은 하위 10% 가구가 평생 올리는 소득과 맞먹는 양의 탄소 오염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소득 기반 잣대를 활용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 오염으로 가장 큰 이득을 올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소득 상위 1%가 미국 전체 배출량의 15~17%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통상 백인, 비히스패닉계 가구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소득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흑인 가구의 배출량 관련 소득은 가장 낮았다.
배출량은 연령이 올라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가운데 45-54세 연령대에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했다.
소득에 탄소세 부과하면 부자들의 탄소 감축 노력 유발 기대
소득 관련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일명 '수퍼 배출자(super emitter)'는 미국인 중 가장 부유한 0.1%로, 이들은 금융, 부동산과 보험, 제조업, 광업과 채석업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탄소 배출을 소비가 아닌 소득 창출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간주한다면 탈탄소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금융 자산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반영해 소득에 부과하는 탄소세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탄소세가 부가되면 회사 경영진과 대주주는 보상과 투자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 탄소 감축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했다.
스타는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기 위한 소비 기반 접근 방식은 퇴행적”이라면서 “그런 방식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극부유층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준다”고 주장했다.